이 미국인의 원어민 강사 활동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강화된 비자발급제도의 맹점이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어민 강사에 대한 자격 조건을 강화한다는 명목 아래 비자(E-2) 신청시 범죄경력 조회서를 제출토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유죄가 확정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즉 관련 범죄로 수사중이거나 수배되는 경우,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 적발돼 미국으로 강제 추방된 자의 경우 지난 2003년 8~10월 미국 켄터키 주에서 4차례의 성폭행을 벌인 혐의로 현지 경찰의 추적을 받았지만, ‘무죄 추정원칙’에 의거해 비자 신청시 범죄경력조회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았다. 현행범으로 취급받아야 할 범죄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셈이다.
결국 이 미국인이 한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은 미국 대사관 측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수사를 벌인 끝에 검거됨에 따라 이뤄졌다. 애초 입국 당시 이를 막았다면, 한국에 발을 붙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행 원어민 강사 등을 상대로 발급되는 비자(E-2)는 수사 및 수배 중인 범죄자는 걸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수사·수배 중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범죄자라는 것은 아니지만, 모국이나 제3국에서 이같은 상황에 처해진 사람을 아무런 점검을 거치지 않고 입국시키고, 더더욱이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외국어를 교육시키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3월말 E-2비자를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만1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강제 추방된 미국인의 경우와 같은 자도 있을지 모른다. 지속적인 수사와 점검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를 하루 빨리 적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에 앞서 수사 및 수배중인 사람은 애시당초 입국을 막도록 현행 비자발급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병행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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