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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松山) 최명성 화백 “부채그림은 내 인생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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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松山) 최명성 화백 “부채그림은 내 인생의 동반자”
  • 임충식
  • 승인 2013.02.05 0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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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갤러리(완주군 상관면)에서 만난 최명성 화백의 첫 느낌은 그냥 인상 좋은 털보아저씨였다. 최 화백 또한 “IMF 이전에는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 없었으며, 나만큼 오랜 시간 동안 수염을 기른 사람은 없었다”며 원조임을 강조했다. 털보아저씨라는 애칭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부채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땐 누구보다 진지했다. 최 화백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20년 넘게 부채그림을 그려온 장인의 모습이 엿보였다. 강한 자부심과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최 화백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건 합죽선이며, 부채에 붓을 들 때가 지금도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부채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죽선에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


최 화백이 본격적으로 부채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는 다소 의외다. 바로 IMF다.  지난 1997년 찾아온 IMF는 최 화백에게는 물론이고 전주 화랑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위기로 미술작품거래가 끊어지면서 전주 동문사거리 인근에 모여 예술생활을 했던 작가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배고픔은 최 화백에게도 찾아왔다. 이런 위기는 ‘화선지가 아닌 부채에 그림을 그린다‘는 편견과 함께 최 화백을 힘들게 했다.


최 화백은 “당시 부채 그림은 배고픈 직업이었다”며 “하지만 나를 더욱 힘들게 한 건 합죽선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때 최 화백에게 손을 내민 게 선자장(합죽선) 무형문화재인 고(故) 이기동 선생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산수화를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합죽선 위에 붓을 들고 있다. 실제 최 화백은 지금도 자신을 이기동 선자장의 전속 작가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 화백은 “이기동 화백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89년이었지만, IMF 시기에 이 선생님과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됐다. 당시 이 선생님은 나에게 생활비와 용돈, 일감을 주셨다. 나를 먹여 살리셨다고 보면 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고인의 아들 이신입 명장과 이어지고 있다. 

 

합죽선의 아름다움과 그림의 조화


최 화백은 화가라면 사군자에서 산수화, 풍물 등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붓을 대는 곳도 반드시 화선지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최 화백이 그동안 넥타이와 한복 등에 한국의 미를 새겨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주한옥마을 향교 인근 담장에도 최 화백의 그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합죽선 그림은 뭔가 특별함이 있다. 합죽선에 그림을 그리면 맛깔나고, 전통산수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최 화백의 설명. 최 화백은 “합죽선에 그리는 그림은 화선지에 그릴 때와는 뭔가 다른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매력은 합죽선과의 절묘한 조화다. 최 화백은 “합죽선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과 전통의 수묵이 만날 때 진정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나는 전업 작가이고 싶다


최 화백은 자신을 전업 작가라고 소개한다. 붓으로만 살아왔고, 또 그림으로 자식을 키웠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전업 작가로 부채에 산수를 새겨 넣으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다. 최 화백은 “난 지금도 그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게다가 평생을 그림으로 살 수 있었으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고 전했다.


이런 마음은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최 화백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 지난해 2월에 문을 연 편백숲갤러리다. 최 화백은 “붙을 잡고 친구와 술 한 잔 먹을 공간과 작품 몇 개 널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단순 전시장이 아닌 작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소통의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 최 화백의 편백숲 갤러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최 화백은 “전통수묵을 사랑하고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문화적 힐링 공간으로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 화백이 갤러리 맞은편에 편백숲 민속품 경매장을 만든 것도 이 같은 취지의 일환이다.  최 화백은 “유명한 작가 그림이 경매장에서 불과 몇 푼 안 되는 돈에 팔리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며 “이런 경매장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고, 앞으로 보다 많은 분들이 예술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작업실에 틀어박혀서는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없다는 최 화백. 최 화백은 “부채 그림은 오늘날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합죽선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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