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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선물 받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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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선물 받는 선물
  • 전민일보
  • 승인 2012.09.2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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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吳) 나라는 중국 남쪽의 더운 지방이다.
그래서 그 나라 소들은 해만 뜨면 숨을 헐떡인다.
해 뜨는 것이 지겨운 이 지방 소들은 달뜨는 것만 보고도 헐떡인다는 것이다.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진 나라 ‘무제’ 때의 ‘만분’이다.
무제는 막 발명된 유리를 창문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무제에게 불려나가 마주 앉은 만분은 사방의 유리를 보면서 창문을 열어 놓은 걸로 착각했다.
그는 난처했다. 몸이 약하여 바람만 쐬면 감기를 앓았기 때문이다.
무제는 그걸 알고 유리 창문이라는 걸 설명하고 웃었다.
만분은 엎드려 사죄했다. “오나라 소가 달을 보고도 헐떡인다는 말은 신을 두고 한말 같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놈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하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진심이 아니고 내키지 않는데도 성의를 표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업자들의 경우가 그렇고 상사를 모시는 아랫사람의 경우도 그렇다.
안하고 넘어가자니 뭔가 찜찜해진다.
윗분한테 밉보인다는 불안함 때문에 선물이기보다는 뇌물의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선물 안주고 안 받기 운동”이라는 것을 여러번 벌여왔다.
선물이란 인정의 가교구실을 하는 인생살이의 아름다운 덕목이고 권장될 일인데도 뇌물이라 하고 강요된 성의가 두려워 없애기로 한다면 달을 보고 헐떡이는 오나라 소의 경우와 같아진다.
흉악범이 칼로 살인을 했다고 해서 칼을 없애자고 할 수는 없다.
예식장 결혼식의 폐단이 많다하여 결혼식을 없애버릴 수는 없다.
순수한 뜻의 선물이란 주어서 보람되고 받아서 기쁜 것이다. 그런 덕목이 잘못된 것으로 비치게 된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추석을 앞두고 백화점과 선물가게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
고향의 부모형제에게 이웃과 친지에게 줄 선물을 사려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유통 업체나 선물매장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대목 특수를 겨냥하고 있다.
선물은 무엇보다 주는 사람의 정성이 있어야 하되 받는 사람의 형편을 아울러 살펴야 한다.
따라서 가격으로 그 등급을 매길 것이 아니며, 주고받는 사람 간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서로간의 정서가 교류되고 따듯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비싼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낀다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자신의 경제적인 여건이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선물을 한다면 받는 사람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선의로 하는 선물도 도가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다.
절제를 잃으면 선물은 주고받는 정이 아니라 거래가 되고 오히려 관계를 해치기 십상이다.
공자인 제자 자공(子貢)이 사(師)와 상(商) 가운데 누가 어집니까 하고 스승에게 물었다.
공자는 사(師)는 지나치고, 상(商)은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자공은 그럼 사(師)가 낫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스승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가르침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거늘 명절 선물을 고르는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 R.W 에머슨은 “반지나 보석은 선물이 아니다. 유일한 선물은 제 자신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기의 시(詩)를 가져오고, 양치기는 어린양을 , 농부는 곡식을, 광부는 보석을, 사공은 산호와 조가비를, 화가는 자기의 그림을, 그리고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감동이 될 선물을 해야 한다.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을 주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을 받아야 할 것이다.

 

오현 군산예총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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