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훈계하다 무심코 나온말"... 학생 2명 "칼로 손가락 그어"
군산 시내 초등학교의 한 여교사가 학생 2명에게 평소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혈서를 쓰라고 했다가 말썽이 빚어지면서 군산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초등학생 혈서’라는 엽기적인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지난 5일 6학년 담임인 A교사(26)가 최근 숙제를 자주 해오지 않는 학생 두 명 학생을 훈계하면서 ‘혈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
지난해 9월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인 A교사는 두 학생에게 여러 차례 구두로 주의를 주었지만 말을 듣지 않자 같은 반 학생 30여명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혈서를 쓰던지, 반성문을 쓰던지 청소를 하던지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남기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에 두 학생은 쉬는 시간에 혈서를 쓰기 위해 갖고 있던 연필깎이용 칼을 이용해 자신들의 오른손 검지 상단 부분을 살짝 그으려다 피가 맺히자 뒤늦게 교실로 돌아온 A교사와 함께 곧바로 보건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자 혈서를 쓰려고 칼로 손가락을 살짝 찔렀지만 아파서 그만두었다”고 말했고, 학교 관계자도 “피가 살짝 맺혀 일회용 밴드를 붙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A교사는 다른 학교관계자를 통해 “훈계과정에서 깊이 반성하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혈서라는 단어가 무심코 튀어나왔다”면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한다”는 뜻을 밝힌 채 외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매번 숙제를 안 해오고 말도 잘 듣지 않는데다 방과 후에 남아 숙제를 하도록 해도 집으로 도망가기 일쑤였다”면서 “아이들 때문에 속상해 자주 울기도 했던 열정 많은 새내기교사의 지나친 의욕이 앞선 실수가 만들어낸 해프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A교사의 다른 말은 잘 듣지도 않던 아이들이 ‘혈서’라는 말은 또 들으려 했던 것을 보면 참 청개구리 같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생들 앞에서 혈서를 이야기하는 교사를 어떻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혈서소동’과 관련해 20일 진상조사에 나선 군산교육청은 “체벌로서 과도한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 학교는 지난 6월에도 1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불러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책을 머리에 던지는 모습이 학부모의 휴대폰 동영상에 찍히면서 물의를 일으키자 결국 교단을 떠났다. 소장환기자·군산=박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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