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자살입증 못한 보험사, 보험금 지급하라”
지난 2008년 6월 3일 전주시내 한 아파트에서 A군(당시 15세)이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초등학교 3학년(2001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완주군 모 보육원에서 생활 왔던 A군은 이날 새벽 말없이 보육원 나왔고, 나온 지 6시간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은 A군의 사망원인은 뇌진탕이었으며, 추락으로 입은 상처 이외에 어떤 외상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타살이라는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자살로 잠정 결론짓고 내사종결 처리했다.
A군이 사망한 뒤 A군의 아버지(51)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아들의 명의로 가입한 보험에 따라 2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반면에 D보험사는 “특약에 자살로 인한 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보험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보험금을 두고 벌인 싸움은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졌고, 법원은 A군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4민사부(김광진 부장판사)는 15일 A군의 아버지가 D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및 재해사망보험금 2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자살 등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보험자가 면책사유를 입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의 경우 유서는 물론 타살로 의심될 만한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보육원에서조차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는 등을 살펴볼 때 자살사건이라고 단정하는 피고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사건의 경우 자살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해분류표 상 ‘의도 미확인의 높은 곳에서 떨어짐, 뛰어내림 또는 밀림’ 항목에 해당하는 사고로서 보험금 지급사유인 ‘재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 한다”고 판시했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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