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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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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기가 막혀
  • 전민일보
  • 승인 2010.03.3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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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수라는 남성 듀엣가수가 부른 노래 중에 ‘흥부가 기가 막혀’라는 노래가 있다. 엄동설한에 집을 나가라는 놀부 형님에게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요, 갈 곳이나 일러주시오.”라고 애원하자, 놀부는 “아따 이놈아 내가 니 갈 곳까지 일러주랴, 잔소리 말고 썩 꺼져라.”고 내 쫓는다. 흥부가 기가 막혀,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라고 하소연 하는 노래이다.
이 노래가 인기를 얻자, 이번에는 ‘놀부가 기가 막혀’라는 연극이 나와서 관객을 끌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여 동생인 흥부를 보살피지 않은 것을 흉이라 생각했던 시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예술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이라고 쓰여 있다. 쉽게 풀어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감정이나 사상을 전달하는 수단, 또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현재 예술문화단체에 소속돼 있는 장르는 국악과 무용, 음악을 비롯하여 문학, 미술, 연극, 사진, 연극 등 10여 가지가 된다.
 자기의 감정과 사상을 글로 표현하면 문학이고, 몸으로 표현하면 무용, 음악으로 표현하면 노래가 된다. 이밖에도 재료나 도구를 이용하여 다양한 장르의 창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단체에 몸담고 있는 나는 가끔 ‘개미와 배짱이’라는 우화를 들으면서 “예술인은 개미에 속할까? 베짱이에 속할까?” 라고 생각해본다.
보통 사람들은 예술인을 베짱이로 생각하거나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저명인사 가운데도 실제로 그렇게 글을 쓰고 강연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취지는 베짱이를 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온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문화콘텐츠며, 그 역할을 할 사람들이 베짱이와 같은 문화예술인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열심히 일만하는 개미의 생활보다는 자기의 소질을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한 베짱이가 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예능계로 진출하려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하고, 우리나라도 베짱이와 같은 문화예술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앞으로는 선진국의 기준이 경제가 아니라 문화의 수준이 척도가 되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수출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 분명하다. ‘쥬라기공원’ 영화 한편이 벌어들인 외화가 현대차를 수출해서 번 돈보다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중동국가를 넘어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소개시킨 이른바 한류열풍을 일으킨 것도 예술문화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예술인들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예술인은 베짱이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백수에 불과한 베짱이를 예술인으로 비유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한 여름 시원한 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다가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개미네 집으로 동냥을 하러간 베짱이는 분명 예술인이 아니다.
 얼마 전에 김연아 선수의 발이 공개되었다. 상처투성이 김연아 선수의 발을 본 국민들은 모두 놀랬다. 온 국민에게 환희와 행복을 안겨준 피겨여왕, 백조 같은 모습만 보아온 김연아의 구두 속에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예술인들처럼 노력하고 땀 흘리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발톱이 빠지고 목이 터지고, 밤을 새우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줄을 튕겨야 하는 사람들이다. 한 여름에도 베짱이처럼 쉴 수가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계곡을 찾아야 하고, 레슨을 받아야 하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매야 한다. 나는 예술을 한다는 것은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예술인을 베짱이로 비유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예술이 기가 막혀, 할 일을 못할 것이다. 한번 결심하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결국 편안한 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여유를 찾게 하고,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예술인이야말로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작품 뒤에 숨어있을 김연아의 발 같은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백봉기 / 전북예총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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