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맞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오는 2012년 실시될 19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진안. 무주. 장수. 임실에 ‘불출마’라는 맞불을 놨다.
정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힘들게 내린 일종의 ‘고육책(苦肉策)’이다. 이번 재선거는 정(鄭)과 정(丁)의 보이지 않는 당권 전쟁의 서막으로도 해석된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당무위원회에서 "다음 19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진안무주장수임실 지역구에서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선언했다.
차기 총선에서 서울 등 비호남권에 출마해 전국정당화의 명분을 얻겠다는 것으로 지역구 재보선에 출마한 정 전 장관의 발 빠른 차별화 모색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텃밭을 내놓은 것 자체가 정 전 장관의 향후 당내 복귀과정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정 대표의 당 운영에 있어 부족했던 당을 위해 언제든지 희생할 수 있는 통 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이번 기회에 굳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정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함에 따라 김근식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에 반발했던 기존 전주 덕진 예비후보들도 향후 정치지도를 감안한 정치적 이해득실에 돌입했다.
무턱대고 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기 보다는 19대 총선을 겨냥한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여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정 전 장관과 김근식 후보 간의 대결이 예상외 박빙도 점쳐진다.
공천배제로 불거진 DY계파와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을 약화시킬 명분도 확보한 만큼, 정치신인 김근식 후보가 선전할 경우 정세균 체제를 굳힐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 대표의 지역구 불출마는 정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생을 건 도박이나 다름 없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이 각기 다른 길을 가면서 전주 덕진 재선거 결과에 따라 당권 경쟁을 놓고 전북출신 거물 정치인 2명의 치열한 경쟁구도 형성이 불가피해졌다.
채수찬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기 전까지 90%에 이르는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 전 장관의 당선을 막지 못하더라도 압도적인 지지층이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
정 전 장관이 당선 뒤에 복당 움직임을 가시화하면 당내 계파와 지도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DY반대 계파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 전 장관의 탈락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전주 덕진에서 정치신인 김근식 후보의 당선을 이끌어내느냐가 4.29 재보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