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의 절박한 도주로는 바로 파리의 ‘하수도’였다. 장발장의 도주로였던 이 근대식 하수도는 어떻게 왜 만들어 졌을까?
18세기 유럽에서 태동한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도시로 몰렸고, 집에는 화장실이 없어 길거리에 오물과 배설물들이 그대로 하천과 강으로 흘러들었다.
이후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의 원인이 물이나 음식물에 들어 있는 세균에 의해 전염되는 수인성 질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악취와 전염병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근대식 하수도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하수와 분뇨 등에 의한 오염문제가 대두되면서 하수도법이 1966년 제정됐고, 국내 최초의 하수처리시설인 청계천하수처리장(현재의 중랑물재생센터)이 1976년 준공됐다.
이후 1994년 하수도업무 담당부처가 건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다수의 하수처리시설이 급속하게 건설됐으며, 이후 환경부에서는 하수관로의 확충, 방류수 수질기준의 강화 등 하수도 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오고 있다.
하수도란 하수와 분뇨를 유출 또는 처리하기 위해 설치되는 하수관로·공공하수처리시설·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하수저류시설·분뇨처리시설·배수설비·개인하수처리시설 그 밖의 공작물·시설의 총체를 말한다.
하수처리방식은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른 처리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진 하수는 하수와 같이 유입된 흙 등의 무거운 물질을 걸러내고, 이후 미생물 등을 활용해 오염물질을 분해, 용해물질 침전 등을 거친 후 깨끗한 물로 처리해 하수처리장 밖으로 방류한다.
2007년 1월 영국의 의학잡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지난 160여 년 동안 현대의학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를 놓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하수도와 깨끗한 물이 항생제와 vaccine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하수도는 동서양 및 시대를 불문하고 인류가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문화생활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근간을 이루는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하수처리시설에 잔디를 깔고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휴게시설을 설치해 인근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물의 소중함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 공간 및 견학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금의 하수도는 단순히 오수를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능으로 변모하고 있다.
혹시 빌 게이츠가 옴니프로세서라는 기계에서 분뇨가 처리 돼 나온 물을 마신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심미적 거부감의 문제점이 있겠지만, 현재 하수 처리수를 여러 가지 대체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 중이다.
하수처리 시 발생되는 메탄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는 하수처리시설의 명칭을 ‘물재생센터’로 변경했으며, 정화과정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해 소수력 발전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하수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열병합발전에 이용하거나 도시가스용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이제 하수는 단순히 오염된 물(便)이 아닌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자원으로, 에너지원으로 변(變)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기회의 물이라고 하수를 대변(辯)해 말하고 싶다.
지금 내가 버리는 물은 나와 미래세대에게 다시 돌아오는 물이며,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물이기에 소중히 버려질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기대해본다.
정선화 전북지방환경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