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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 함성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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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 함성을 떠올리며
  • 윤가빈
  • 승인 2006.07.0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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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수필가.자유기고가

 축제는 허무하게 끝났다. 2006독일월드컵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한국대표팀 선전을 응원하는 밤샘잔치는 끝났다. 비록 우리의 목표인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했고 우리는 승점 4점으로 32개 팀 중에서 17등을 했다. 이에 많은 국민들이 아쉬워하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거둔 성적은 더도 덜도 아닌 우리 실력 만큼이었다고 본다.
 초저녁부터 어스름 새벽까지 전국 주요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이를 뒤따르면서 ‘짝짝짝 짝짝’의 후렴을 합창해주던 시민들은 이제 각자 본업으로 돌아갔다.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을 꾼 것처럼 월드컵은 이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남은 일은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차분히 준비해야 된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인류 공동의 대축제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함성은 특별하다. 이 기간에는 이데올로기도, 진보도, 보수도 축구열기의 용광로 속에 용해되어 봄눈처럼 녹아버린다. 물론 세대나 성별차도 없고, 반목과 질시도 없다. 다양한 문화와 신분?학연을 초월해 우리를 하나로 묶는 마법의 소리다.
 과연 축구가 무엇이기에 전 세계인이 이토록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는가? 많은 스포츠와 구기 종목 가운데서 유독 축구가 그렇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월드컵이나 유로축구 같은 국제경기가 벌어지고 결승에 임박할수록 수많은 사람들에게 밤잠을 설치도록 하는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축구의 매력은 전투적인 공격에 있다. 축구는 거친 경기다. 아슬아슬한 폭력성이 재미를 더한다. 작은 공을 상대 가랑이 사이로 빼내어 달려드는 상대 수비를 교묘하게 제치고 질풍노도처럼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온 힘을 발끝에 모아 공을 상대 골문에 차 넣는 동작은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뛰어난 예술적 극치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짜릿함을 가장 극명하게 느끼게 해준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경기 중에는 자국의 집단적 애국심이 표출되곤 한다. 우리의 경우 누가 강요하고 독려치 않았는데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거리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현상은 단순 축구에 대한 취미 때문인가. 아니면 군중심리의 발로인가. 애국심 때문인가. 아니, 이는 분명 애국심의 분출이다. 애국심이란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것일 게다.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애국심을 내세워 개인 사상의 자유를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 국가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 것이다. 좀 우스운 얘기 같지만 애국심을 고취하는 캠페인을 수백, 수천 번 하는 것 보다 월드컵 한 경기가 훨씬 더 효과적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2006독일월드컵 경기는 각국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에 고심했던 방송이나 기업들은 경제회생으로 돌아서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현안들이 쌓여있다. 그간 월드컵 열기에 묻혔던 한미 FTA협상, 평택 대추리 문제와 이라크 자이툰 부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를 차분히 풀어가야 할 때이다.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월드컵의 열정을 각자 맡은 일에 대한 에너지로 승화시키자. 2006독일월드컵, 지난 6월의 함성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크게 외쳐보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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