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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물꼬리풀의 전북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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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물꼬리풀의 전북 살이
  • 전민일보
  • 승인 2019.08.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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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물꼬리풀, 임실납자루, 부안종개. 모두 전북지역의 이름을 딴 국내 생물종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전북살이는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전주물꼬리풀은 전주에서 처음 발견 돼 '전주'를 넣어 이름 지어졌지만, 도시가 개발되면서 서식지인 습지가 훼손됐고 지금은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임실납자루는 섬진강수계에 주로 서식한다. 민물고기 암컷들은 대개 수천, 수만 개의 알을 낳는데, 임실납자루는 그보다 훨씬 적은 10~3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게다가 납자루 물고기들은 민물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는데, 최근 빈번한 하천사업으로 민물조개가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더욱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부안종개는 부안 변산반도 인근에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부안댐과 상류 저수지 건설로 인해 서식지를 잃으면서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됐다. 최근에는 참종개의 유입으로 유전자 교란과 먹이 경쟁에서 뒤처져 개체수가 더욱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생물들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 지역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종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 지구상의 많은 생물들이 서식지 파괴, 남획,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생물종들은 먹이사슬로 연결 돼 있을뿐 아니라 납자루와 민물조개의 관계처럼 보다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다. 한 생물종의 멸종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생물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비행기 날개에서 나사 하나가 빠지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생물종의 멸종이 당장의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나중에 심각한 생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숲과 습지 등 자연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 해결에 기여한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경제에도 중요하다.

세계경제의 최소 40%가 생물자원에 기반한 활동에서 나온다. 식품뿐만 아니라 연료, 의약품, 많은 가공품들이 천연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물종들은 종종 문화적, 국가적 정체성과도 관련된다. 전 세계적으로 231개의 생물종이 142개 나라에서 국가의 상징으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중 1/3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만 국가적 상징으로 사용된 덕분에 미국의 흰머리독수리와 같이 국가적 노력으로 보전에 성공한 사례가 되기도 한다.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생태계 전반의 건강과 균형을 되살리는 중요한 일이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법적 장치와 국가간 협약 등을 통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보호·관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통해 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 결과 전주물꼬리풀이 전북으로 돌아왔다. 멸종위기에 있는 전주물꼬리풀을 증식시켜 이들은 오송제와 기린봉에 터를 잡게 했고 지금은 8-10월이면 연보라빛 꽃을 피우고 있다.

2013년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전주시와 공동으로 전주물꼬리풀 복원사업을 진행한 성과이다. 부안종개 약 5천마리를 증식해 부안 백천일대에 방류했고, 올해는 임실납자루의 복원을 위해 서식실태조사와 인공증식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자생종들이 더욱 번성하도록 하기 위해 이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식지 위협 요인을 관리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도 뒤따라야 한다. 전북지방환경청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러한 노력들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돌아온 전주물꼬리풀의 전북 살이가 더 풍요롭기를 기대한다.

정선화 전북지방환경청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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