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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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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단상
  • 전민일보
  • 승인 2019.08.1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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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재화(財貨)의 유통과 문화의 교류를 위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길이 막히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해 자아중심적 사고에 빠져든다. 의도적으로 길을 막아 쇄국정책을 쓴 나라는 세계사에서 뒤처진 결과를 보여줬고, 필사적으로 길을 열어 외지로 향한 개방정책을 쓴 나라는 세계사를 주도했다.

길은 그만큼 인류 문화사의 발전에 중요한 매개 역할을 했다.

로마는 BC 312년부터 아피우스가 ‘아피아 가도’라는 포장도로를 건설한 이후 유럽 전역에 8만㎞의 간선도로와 7만㎞의 지선도로를 건설해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래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곧 로마가 문화의 중심지임을 지칭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환관 정화가 열어 놓았던 해상로를 사장시키고 단절의 만리장성까지 쌓아 스스로에 만족하는 화이사상(華夷思想)에 빠져들었다.

모험으로 길을 개척하는 확장(擴張)정책의 유럽과 길을 막는 수성(守城)정책의 중국은 청나라 말기에 승자와 패자와 같은 결과를 빚었다. 중국의 그 큰 땅덩어리가 유럽 세력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을 겪은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독일은 다시 일어설 것 같지 않았지만 아우토반을 건설한 이후 자동차 사업이 발전해 경제 부흥의 모태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급속한 산업사회로 진입했다.

문제는 경제발전에 치중해 자연환경 훼손에 무감각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이 2만 달러에 이르기 전에는 자연환경보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치중했다. 그러다가 2만 달러 수준에 이르러 생명중시, 환경중시의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개발에 힘쓰다가 이제는 환경보전과 친환경 정책으로 기조를 바꿨다. 차량 통행 위주의 교통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굽은 도로의 직선화, 인도의 확장, 훼손된 환경복구의 단계에 이르렀다.

전국 도로망을 격자로 확충하면서 도로공사와 국도관리청에서 보여준 인본주의적 공학은 가히 세계를 선도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호텔급 화장실, 곳곳에 설치한 졸음휴게소, 각종 도로의 갈림길이나 입출지선에 색을 칠해 안전하게 유도한 점 등 눈에 보일만큼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를 통해 물동량과 문화의 교류가 활발해져 통용이 어렵던 사투리의 이해는 물론 음식맛의 평준화까지 이뤘다. 단일 문화권을 형성한 도로의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는 윤창호법과 같은 인명을 중시의 법체계도 갖췄고 시설도 보완해 교통 선진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운전자의 의식은 후진국이다. ‘빨라야 5분’이라는 점잖은 충고보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졸음은 저승으로 가는 길’과 같은 오싹한 문구가 눈길을 끌 만큼 난폭운전이 성행한다.

위험한 끼어들기의 칼치기, 터널 안에서의 과속과 무리한 추월 등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관계 기관에서 힘쓰는 만큼 안전운행을 하는 것이 운전자의 도리이자 의무다.

바라기는 아직도 방임상태에 있는 터널속에서 추월과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운전자에게 고액의 범칙금을 부과했으면 좋겠다. 대형사고를 겪고 난 후의 뒷북행정보다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소통을 위한 길, 문화 교류를 위한 길들이 불행의 길이 아니라 평화와 행복의 길이기를 기대해 본다.

강기옥 시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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