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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 봄은 봄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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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 봄은 봄이로되~
  • 전민일보
  • 승인 2019.03.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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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고 해서 봄은 아니다. 봄다워야 봄이다. 양지바른 뜨락에 샛노란 복수초(福壽草)가 피더니 매화(梅花)가 피어나고 뒤이어 목련이 우유 빛보다 더 뽀얀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꽃은 때를 잊지 않고 피어난다. 정녕 봄은 봄이다. 봄은 봄이로되 봄 같지 아니한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꽃은 맑은 햇볕을 받아야 화사(華奢)하고 투명하게 보인다. 꽃에게는 맑은 햇볕이 최고의 화장품인 셈이다. 물론 안개 속 꽃도 나름대로 아름답고, 비에 젖은 꽃도 운치가 있긴 하지만 미세먼지 속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면 가련한 생각마저 든다. 꽃이 미세먼지 때문에 예쁜 제 모습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예쁜 꽃을 감상하기 위해 귀여운 아들딸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이 두렵다. 꽃이 피어 있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꽃구경을 나가기가 망설여진다. 가수 이용복이 불러 사랑을 받았던 노래 중에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라는 노랫말이 있다.

지금은 미세먼지 속에 피어있는 진달래를 따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진달래를 따 먹던 그 흘러간 추억이 그리울 뿐이다. 정지용의 <향수>란 시에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란 글이 있는데 정말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기만하다.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가리고, 앞산을 가리고, 가시거리가 50m도 채 되지 않으니 해변을 걸어도 시원하게 열린 파란 바다를 보기가 어렵다. 어쩌다 파란하늘을 보게 되면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

봄이 되면 겨우내 닫혀있던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상큼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상큼한 공기는커녕 미세먼지가 두려워 창문조차 열 수 없게 되었다. 미세먼지가 두려워 환기를 하지 않으면 실외보다 공기오염이 최대 10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문을 열면 미세먼지가 들어오고 그렇다고 닫아만 놓고 있으면 더 위험 할 수 있다고 하니 난감하기만 하다. 그래서 공기청정기(空氣淸淨器)를 사용하고 있다. 공기청정기가 한 대도 없는 집도 있지만 방마다 설치해 놓은 집도 있다고 한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미세먼지는 물론 초미세먼지 알레르기 유발물질, 생활냄새까지 제거해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정말 안전한 것일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2018년 5월 시중에서 판매되었던 라돈 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었고, 정수기 필터에 세균번식이 문제 되기도 했고, 가습기 살균제가 소비자들을 화나게 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보면 한반도가 빨강색으로 덮여있을 때가 많다. 미세먼지 경보, 주의보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길을 다니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외출하고 귀가하면 머리카락이나 겉옷에 묻어 있을 먼지를 털어야한다고 한다.

무슬림 여성처럼 히잡(Hijab)을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히잡(Hijab)은 ‘가리다. 숨기다’의 뜻을 가진 동사 ‘하자바(Hajaba)’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무슬림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감추기 위해서 히잡(Hijab)을 사용한다고 한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부르카(Burka)’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는데, 부르카(Burka)는 얼굴까지 가리는 데다 겨우 밖을 볼 수 있는 눈 부분마저 망사로 만든 의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개량 히잡(Hijab)이나 ‘부르카(Burka)’가 개발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미세먼지 때문에 봄은 봄이로되 봄같지 아니하다.

봄이 봄같이 아니하다는 말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이 말은 중국 전한(前漢) 때 원제(元帝)의 궁녀(宮女)였던 왕소군(王昭君)이 흉노와의 화친정책으로 시집을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곳이 몽골지방이라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아니했던 모양이다.

당나라 때 시인 동방규(東方逵)가 왕소군의 불우한 처지를 읊은 시 <소군원(昭君怨)>에 ‘오랑캐 땅이라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아니하다.’는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의 글이 유명하다. 왕소군(王昭君)은 중국 4대 미녀 중 한 사람으로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미색(美色)과 비파소리에 홀려 그만 날개 치는 것을 깜빡 잊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미인이었다고 한다.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의 소상팔경(瀟湘八景) 중 다섯 번째로 아름다운 ‘낙안(落雁)’이라는 곳에는 비파를 퉁기는 왕소군(王昭君)의 하얀 석상(石像)이 있다고 하는데, 흔히 잘 쓴 글씨나 잘 된 문장을 일컬어 ‘낙안(落雁)’이라고 하며 또한 아름다운 여인을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맑은 햇볕아래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싶다. 파아란 하늘을 우러러보며 가슴을 활짝 펴고 허파꽈리까지 시원하게 호흡을 하고 싶다. 이 작은 소망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아니한 것이(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아니라, 봄이 되면 분명 봄 같길(춘래명사춘 春來明似春) 소망해 본다.

김홍광 (사)대한노인회 전라북도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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