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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천년’ 다시 희망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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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천년’ 다시 희망을 꿈꾸다
  • 전민일보
  • 승인 2018.10.0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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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맹위를 떨치던 폭염이 끝나고 어느덧 서늘한 공기가 주위를 감싼다. 무려 110년만의 폭염이라던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 더워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방법들이 등장했지만, 필자는 한 여름 밤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 ‘전설의 고향’을 보던 그 시절이 가장 그립다. 무더위를 잊게 만들던 무서운 이야기에 간담이 서늘해지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는 단연 ‘구미호’였다.

중국 고전 《현중기(玄中記)》에 따르면,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구미호로 변한다고 하는데, 구미호의 수준에 다다른 여우는 이미 하급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며, 그 능력이 극에 달하면 선도를 터득하여 천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여우가 신이 되는 기간, 천년, 우리 도 전라도가 올해로 천년이 되는 해라서 그런지 천년의 의미가 남다르다.

2018년은 전라도가 태어난 지 천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 성종 14년인 995년에 지금의 전북 일원을 강남도라 하고, 전남과 광주 일원을 해양도라 불렀다고 한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에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강남도와 해양도 두 도를 합치고, 당시 큰 도시였던 전주와 나주 첫 글자를 따서 전라도라 하였다고 한다. 조선 8도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전라도는 이후 영역이나 이름이 바뀐 다른 시·도와는 달리 큰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견고한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호남권 3개 시·도는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을 맞아 전라도인의 자긍심 고취 및 전라도의 도약을 위한 기념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총 7개 분야 30개 사업으로 구성된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은 전라도 이미지 개선, 문화관광 활성화, 천년대표 기념행사, 학술 및 문화행사, 문화유산 복원, 천년 숲 조성으로 분야를 나누어 전라도 정체성확립과 자긍심을 높이고, 새로운 미래 천년을 준비하여 전라도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3월, 시·도별 10개 사업으로 분류, 단독·공동 협력하여 추진키로 확정한 후 ‘D-1년 전라도 천년 심포지엄(전남)’, ‘천년 맞이 타종식(광주)’, ‘전라도 미래천년 학술대회(전북)’ 등 현재 6개 사업이 완료되었다. 지난 해 말 제작한 공식 엠블럼은 현재 관공서, 유관기관의 공문서 상단 및 각종 보고서 표지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도내 소재 민간기업 생산품 및 도지사 인증상품, 지역특산품 등에 라벨지로 부착하여 홍보효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실제로 도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유명맥주 라벨지에 엠블럼을 부착하여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리 도에서는 30개 사업 가운데 전라도 천년사 편찬(‘18~’22년),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16~’19년), 전라도 새천년 공원 조성(‘18~’23년), 국립 지덕권산림치유원 조성(‘18~’22) 등 장기적인 프로젝트와 더불어 전북도립국악원 <전라천년> 특별공연, 전북도립미술관 <전라 밀레니엄展> 으로 도민들이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 개최할 ‘전라도 천년 기념식 및 문화행사’를 통해 정도 천년에 대한 도민 자긍심 제고 및 공감대확산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경제적 풍요를 토대로 문화예술을 발전시킨 예향이요 풍류의 땅으로 고려청자, 판소리, 남종화, 가사문학 등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또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활발하게 의병 활동을 펼쳐 백성과 나라를 지키고, 동학농민운동으로 시대정신을 이끈 새 시대를 향한 열정이 강한 곳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견제와 소외로 산업화 진입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후 점차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인구절벽, 고령화 등의 지역소멸론에 따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전라도 정도 천년이 되었다. 천년의 기나긴 기간을 거치며 때로는 풍요한 시절을 보내기도, 때로는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전라도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유지하는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구미호는 무서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해를 끼치는 요물은 아니며, 인간이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천년의 긴 시간을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인간이 되기 위해 구미호로 변한 여우에게는 여우구슬이 있다고 한다. 알사탕 정도 크기의 청색 구슬이며, 이것이 구미호의 도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전라도는 지난 세월을 기억하며 예전의 풍요롭던 시절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희망하고 있다. 구미호에게 여우구슬이 있었다면 천년이 된 전라도에게는 환황해권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가 될 새만금, 식품·종자·ICT농기계·미생물·첨단농업의 농생명 5대 클러스터, 천년을 이어온 가장 한국적인 역사와 문화, 전북이 키워 온 미래 100년 먹거리탄소산업 등 많은 여우구슬을 가지고 있다. 지난 천년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천년은 수많은 여우구슬을 통해 다시 풍요와 번영의 전라도가 되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임상규 전북도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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