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훈 감독의 '서산개척단
충남 서산시 인지면 100만 평 개간지에서 벼농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풍작을 예상하는 농민들의 얼굴은 마냥 기뻐 보이지만 않는다. 풍요해보이는 이땅에 50여 년 전 그들이 겪은 엄청난 비밀이 묻혀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쟁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현재 한국독립영화의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는 전주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서 가장 주목해 봐야할 작품, 이조훈 감독의 '서산개척단'을 소개한다.
전작 <블랙딜>(2014)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여러 나라에서 채택한 국유기업 민영화 정책이 왜 정경유착인의 재앙인지 치밀하게 분석했던 이조훈 감독은 이번 영화 <서산 개척단>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 폭력의 사례를 고발한다.
1961년에 시작된 서산의 불모지 간척사업에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죄수들처럼 일했고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결혼하고 정착해야 했으며 그들이 개간한 땅을 분배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서산개척단'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며 박정희 정권의 폭력성과 부패상의 민낯을 생생하게 증거 한다.
이 작품은 사건 당사자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관련자료화면, 연극무대에서의 재연 상황까지 포괄하는 입체적인 접근의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다.
이조훈 감독은 2000년부터 독립영화를 제작했으며 전작 <블랙딜>(2014)에서 세계7개국을 탐방하고 공공재 민영화의 폐허를 취재해 국내 공공 부문 민영화 시도를 심도 있게 진단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 제작사 훈프로를 운영하고 있다.
10일 오후 8시, 12일 오후 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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