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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향기와 함께 다가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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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향기와 함께 다가온 봄
  • 전민일보
  • 승인 2017.03.1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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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사로웠던 휴일 오후, 아지랑이가 살며시 창가에 다가와 전해준 봄맞이 초대장을 받아들고서 가까운 수목원으로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지난 겨울은 비교적 온난한 날씨가 지속되었지만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한 꽃샘바람 속에 아지랑이가 전해준 봄맞이 초대장은 그리운 이가 보내준 연서처럼 정말 반가웠습니다.

얕은 철책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수목원에 들어서는 순간 달콤한 봄기운이 밀려들어옵니다.

그 봄 동산을 신명나게 누빌 나의 발자취 아래 앙증맞게 피어난 봄까치 풀꽃이 비취색 꿈 송이를 곱게 수놓은 초록의 융단을 펼쳐 포근하게 반겨줍니다.

나는 봄 동산에 서린 꿈 한 자락을 부드러운 머플러처럼 마음에 휘감은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살랑거리며 머릿결을 부드럽게 날리고 봄 내음을 가득 실어서 후각을 상큼하게 자극합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나의 가슴이 활짝 펴지며 봄의 생기가 마음속에 흘러들기 시작했어요.

수목원에는 다투어 피어나는 꽃소식이 아직 도달하진 않았습니다. 탱자나무는 초록물을 부지런히 길어 올려 귀여운 달팽이가 기어 다닐 부드럽고 예쁜 가시 줄기를 만들고 있었고, 장미과의 명자나무는 붉은 꽃망울을 좁쌀처럼 맺고 있었습니다.

홍매화, 청매화는 단단한 봉오리로 부푼 꿈을 조롱조롱 맺고 있었고요. 감태나무는 아직도 단풍잎을 벗지 않은 채로 꽃망울을 맺고 있었고 모감주나무는 작년에 맺은 까만 흑진주같은 열매를 가지에 달고 서있었습니다.

단풍나무 숲을 지나갔습니다. 빈 가지엔 단풍나무의 씨앗이 마치 나비처럼 매달려 있었습니다. 머지않은 날에 이 봄 동산을 날아다닐 나비들이 나뭇가지에서 고요한 휴식을 취하며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나비의 가볍고도 고운 날갯짓을 마음속에 그리며 정자가 있는 양지바른 언덕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멀리 노오란 꽃송이들을 매달고 있는 나무숲이 보입니다.

벌써 개나리가 피었을 까요?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렸을 까요? 그 노오란 꽃 숲으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개나리꽃이 핀 것도 아니고 산수유꽃이 핀 것도 아니었어요.

이게 왠 일 일까요? 그 숲속에서는 가을도 아닌 이른 봄의 절기에 풍년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가지 가지에 노오란 깃발을 늘어뜨리고 풍년화가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풍년화는 장미목 조록나무과의 관목입니다. 나는 환호성을 터트렸습니다. 이 이른 봄에 올 한 해의 풍년을 예고해주는 듯한 풍년화의 향기가 봄동산에 넘치고 있었으니 말이예요.

아직 이른 봄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리고 있는 풍년화의 향기는 강한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봄꽃의 향기는 알싸할 정도로 가슴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향긋하면서도 매운 맛이 감돕니다, 풍년화의 꽃향기도 그러했어요.

이 풍년화의 향기와 자태를 전해드리며 작은 소망 하나를 봄 동산에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우리네의 살림살이에도 풍년이 들어 모두가 살 맛 나는 살림살이로 피어나고 또한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풍요로운 마음이 깃들어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며 풍년화의 나뭇가지에 간절한 소망 하나 꽂아두고 왔습니다.

소현숙 전라북도 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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