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하다. 나 같은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도 똑 같은 강제동원 피해자다”
김영환 옹(93)의 외로운 법적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보상금등지급신청기각결정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1·2심에서 패소한 김 옹이 지난 1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김 옹은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이유로 국가가 보상을 못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건 명백한 차별이다”며 “끝까지 싸워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상고 이유를 밝혔다.
상고장은 지난 20일 대법원에 접수됐으며, 현재 특별3부에 배당됐다.
김 옹은 지난 1945년 3월 1일,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육군훈련소로 끌려갔다. 일본이 패망하면서 집(군산시 회현면)으로 돌아갈 때가지 6개월 동안 김 옹은 훈련소에서 지옥 같은 생활을 견뎌야만 했다.
그리고 70년이 지난 2007년 7월, 김 옹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정부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에게 1명당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부상자는 장해 정도를 고려해 2000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지급했다. 또 생존자 1명당 의료지원금을 매년 80만원 씩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정이 국외동원 피해자에게만 적용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관련법은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내 강제동원자 수가 많지 않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때문에 3만 명에 가까운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 옹도 마찬가지다.
김 옹은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월 김 옹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보상금등지급 신청기각결정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90이 넘은 노인이 변호사도 없이 '나 홀로 소송'에 나선 것이다. 국외가 아닌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가 소송을 낸 것은 김 옹이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김 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패소했다. 1심과 같은 이유였다.
김 옹은 “이건 돈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나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 모두 똑같은 피해자인데 차별을 받는다는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김 옹은 “이제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 중 대부분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면서 “비록 내가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싸우겠다”고 전했다.
한편,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는 국외 19만 3681명, 국내 2만 7582명으로 조사됐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