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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하늘이 무너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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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하늘이 무너질까요?
  • 전민일보
  • 승인 2016.02.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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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不知死 死不知生 來不知去 去不知來

“살아 있을 땐 죽음을 알지 못하고
죽으면 삶을 알지 못한다”

고대 중국 기(杞)나라에 별난 사람이 한 명 살았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걱정을 혼자 도맡아서 사는 사람입니다.

그는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서 몸 둘 곳이 없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겁니다. 그는 그런 걱정을 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보면 참으로 쓸데없는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것인데, 그런 사람을 보다 못한 벗이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이보게, 하늘은 기(氣)가 쌓여 있는 것으로 기(氣)가 없는 곳이 없네. 자네가 이렇게 하늘 가운데서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고 숨을 쉬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어째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을 걱정하는가?”

“하늘이 정말로 기(氣)가 쌓인 것이라면 해와 달과 별들은 마땅히 떨어져야 할 것 아닌가, 무거워서 말이야.”

“해와 달과 별들도 기(氣)가 쌓여서 빛을 내는 것일세. 설사 그것들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사람이 맞아서 다치는 일은 없네. 기(氣)가 쌓인 것은 무게가 없거든.”

“그럼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지?”

“땅은 흙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사방으로 꽉꽉 차 있어서 흙이 채워지지 않은 곳이 없지. 그런 까닭에 자네가 이렇게 하루 종일 땅 위에서 걷고 밟고 뛰어다니며 활동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땅이 꺼질 것을 두려워하는가? 흙으로 꽉꽉 채워져서 무너질 곳이 없는 데 말이야.”

하늘은 무너질 리 없고 땅도 꺼질 리가 없다는 벗의 말을 들은 기나라 사람(杞人)은 비로소 근심걱정이 없어졌다고 크게 기뻐했고, 기나라 사람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본 벗도 크게 기뻐하며 웃었습니다.

「열자(列子)」 천서(天瑞)편(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라는 뜻의 기인지우(杞人之憂)을 줄인 말인 기우(杞憂)가 유래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우(杞憂)는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지 않아도 될 근심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열자(列子)는 하늘과 땅이 무너질 거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고, 하늘과 땅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살아 있을 땐 죽음을 알지 못하고 죽으면 삶을 알지 못한다.(生不知死死不知生來不知去去不知來)

하늘과 땅이 무너질지 무너지지 않을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설사 안다 하더라도, 무너지거나 무너지지 않거나 모두 똑같습니다. 살아 있을 땐 죽음을 알지 못하고 죽으면 삶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올 때는 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갈 때는 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게 인생입니다. 하늘이 무너질까 아니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문제는 우리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기우(杞憂)에 빠지는 걸까요?

최현숙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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