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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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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 전민일보
  • 승인 2016.01.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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割鷄焉用牛刀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공자(孔子)의 제자 가운데 자유(子游)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 사람으로, 공문십철(孔門十哲)에 속하며, 자하(子夏)와 더불어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논어(論語)」 양화(陽貨)편(篇)을 보면, 자유(子游)가 노(魯)나라에서 무성(武城) 읍재(邑宰)라는 벼슬살이를 할 때입니다. 하루는 공자가 무슨 일로 무성으로 갔더니,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추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자신의 제자인 자유(子游)가 읍재로 있으면서 자신에게 배운 예악(禮樂)을 가르쳐 백성들을 교화시킨 결과라고 생각한 공자는 자유(子游)를 만나자,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割鷄焉用牛刀)

오늘날까지도 심심치 않게 인용되는 말입니다. 무성(武城)이라는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데 대도(大道)를 쓰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말입니다. 공자가 한 치밖에 되지 않는 마을을 다스리면서 나라를 다스리듯 한 제자를 비웃은 것인지, 아니면 너무 작은 마을을 다스리기에는 아까운 제자의 재능을 비유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공자는 틀림없이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인 자유가 무성과 같은 작은 읍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뜻으로 말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유(子游)는 스승의 말씀에 상처를 받은 듯 정색을 하며 자신은 스승한테 배운대로 실천했을 뿐인데, 어찌 그렇게 말씀하시냐고 대듭니다. 무성이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반드시 예약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군자는 군자대로, 소인은 소인대로 모두 배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는 곧바로 수행하는 제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말합니다.

“제자들아, 언(偃)의 말이 맞다,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을 뿐이다.”

언(偃)은 자유(子游)의 이름(名)이고, 자유(子游)는 언(偃)의 자(字)입니다. 흔히 남들이 그 사람을 부를 때는 자(字)를 부르지만, 스승이 제자를 부를 때는 이름(名)을 부르기 때문에 공자는 자유(子游)가 아닌 언(偃)이라 부른 것인데, 어쨌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느냐는 말 한마디 했다가 발끈한 제자에게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공자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누군가 그랬지요. 유머는 무기 없는 사람들의 순결한 무기라고. 유머는 우리에게 닥친 고통스런 현실을 누그러뜨릴 때 우리가 하는 일종의 평화적이고 수동적인 혁명이라는 겁니다. 공자는 그런 의미의 유머를 사용했던 게 아닐까요?

아무튼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라는 말은 오늘날 공자가 말했던 본뜻과 달리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큰 인물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닭을 잡는 데소 잡는 칼을 쓸 수 없는 것처럼, 사소한 일에 거창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는 말입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황미옥 조각가, 군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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