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숲에는 코끼리의 무리가 산다. 그들은 바닥을 헤엄치고 벽 속에 머리를 박는 둥 어디든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거 같다.
물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전시장에서 부동의 코끼리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 공간에 들어서기 전에는 잘 움직이다 멈춰선 듯하다.
가는 길을 멈춘 듯한 코끼리의 모습에서 어떤 비밀스러움이 느껴지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조각가 황유진이 4번째 개인전 ‘그림자의 숲’으로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교동아크스튜디오에서 관객을 만난다.
작가는 지인들과 섬진강 산책 중, 물살 위에 솟아있는 묵직한 바위덩어리를 보고 코끼리를 연상했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 복잡함 속에서 구해줬으면 싶은 마음이 바위를 바라볼 때에 투영된 것이다.
현실에서의 불만족을 아이들은 소꿉장난에서 어른은 상상의 놀이를 통해 해소한다고 한다. 이미지는 상상을 통해 완성되고 상상은 기억 속 편린을 붙여내는 작업이다.
기억은 자신이 만들어 낸 주관에 의해 저장되고 그 주관은 자신의 삶에서 다듬어진 또 다른 자아이다. 바로 나의 그림자다.
그래서 코끼리들이 노니는 그 숲은 나의 자아, 나의 그림자가 새겨진 그림자의 숲이다. 작가는 바위라는 대상을 코끼리로 이미지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도피를 향한 열망을 해소했다.
왠지 코끼리로 느껴지는 바위를 따라 잡으면 코끼리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질 수 있을 거 같았다.
비밀스럽게 자신들만 알고 있는 그 곳으로 데려다 줄 거 같았다. 하지만 함께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코끼리에게 꼬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위로를 해본다.
그 마음을 대상에 투영시켜 상상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을 작가는 ‘semiosis’라 이름 지었다. 작품명 ‘semiosis’는 마음의 그림자를 통해 어떠한 대상을 바라보고 연상 짓고 기호화 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작품은 음성언어와 다른 방식의 대화방법이라 생각하는 작가는 작품의 기호(매개)를 통해 코끼리를 따라 낯선 곳으로의 여정에 대한 상상을 같이하길 희망하며 설치전시를 구성했다.
황 작가는 전북대와 대학원 조소전공 졸업하고 박사과정에 있으며 4회의 개인전을 갖고 단체전에 40여회 참여했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