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16:18 (금)
[온고지신] 아무리 들어도 아름다운 소리
상태바
[온고지신] 아무리 들어도 아름다운 소리
  • 전민일보
  • 승인 2015.10.07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子在回何敢死

“선생께서 살아계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죽겠습니까?”

공자가 자신의 뜻을 펴기 위해 천하를 떠돌아다니던 496년입니다. 56세 된 공자는 위(衛)나라를 떠나 진(陳)나라로 가는 길에 광(匡) 땅을 지나게 됩니다. 그때 제자 한 명이 수레를 몰았는데, 그는 말채찍을 쳐들어 공 땅 지역의 성벽을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성벽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저쪽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제자는 언젠가 노(魯)나라 대부 계씨(季氏)의 가신인 양호(陽虎)를 따라 그 성을 침범했고, 양호 무리들은 광 땅 사람들을 몹시 괴롭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길을 가다 그 제자가 말하는 소리를 들은 광 땅 사람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추고 공자 일행을 돌아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거기에 양호가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게 아닙니까?

과거에 양호가 자신들에게 못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던 광 땅사람들은 곧바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양호를 둘러쌌습니다. 죽여버리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양호가 아니라 공자였습니다. 라고 오해하고 말았습니다. 마침 공자의 생김새가 양호와 비슷해 보이는 바람에 광 땅 사람들이 오해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공자는 하마터면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뒤 오 일만에 풀려나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안회가 따라오지를 않는 겁니다. 공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렸습니다. 혹시 광 땅 사람들한테 당한 게 아닌가는 두려움과 아끼는 수제자고 뭐고 나 몰라라 도망치기에 바빴던 자신을 한탄하면서 말입니다. 피를 말리며 기다렸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안회가 달려오는 겁니다.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가슴을 조였는데 무사히 빠져나온 것입니다. 공자는 자신에게 달려와 “죄송합니다.”라고 숨을 헉헉거리는 안회에게 화를 내면서 말합니다. “야 이놈아,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죽었다 살아 돌아온 아들한테 하는 것처럼 하는 말입니다. 그렇게 화 아닌 화를 내는 스승에게 안연이 대답합니다. 아주 단호한 얼굴을 하고서 말입니다.

선생께서 살아계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죽겠습니까?(子在回何敢死)

스승을 두고 먼저 죽을 수 없다는 겁니다. 스승이 죽기 전에는 결코 죽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늘의 뜻을 실천하는 게 공자의 사명이고, 그런 스승의 뜻을 도와 이 세상에 도를 실천하는 게 안연 자신의 사명인데 어떻게 죽느냐는 겁니다. 스승이 살아계신 한 자기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제자의 말을 들은 스승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무리 들어도 아름다운 소리라고 했겠지요.

황미옥 조각가, 군산대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