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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고기를 잡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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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고기를 잡았으면
  • 전민일보
  • 승인 2015.10.0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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得魚忘筌

“고기를 잡았으면 그 발을 잊어버려라”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 가운데 나쁜 소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그의 그릇된 소견을 고쳐 주려고 아무리 타일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부처님 그 제자를 조용히 불러 꾸짖으시고 나서 대중들에게 곧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집착을 버리도록 하기 위해 뗏목의 비유를 들겠다.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는 생각했다. 바다 건너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다. 그러나 배가 없으니 어떻게 갈까. 갈대나 나무로 뗏목을 엮어 건너가야겠다. 그는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건너가 평화로운 땅에 이르렀다. 나그네는 다시 생각했다. 이 뗏목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바다를 건너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뗏목은 내게 커다란 은혜를 베풀었으니 메고 가야겠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그네가 그렇게 함으로써 그 고마운 뗏목에 대해 자기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느냐?”

부처님의 질문에 비구들은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고,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하면 나그네가 어떻게 해야 자기 할 일을 다 하게 되겠는가? 그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뗏목 덕분에 나는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 다른 사람들도 이 뗏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에 띄워놓고 이제 내 갈 길을 가자. 이렇게 하는 것이 그 뗏목에 대해 할 일을 다 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들이여, 나는 이 뗏목의 비유로 교법(敎法)을 배워 그 뜻을 안 뒤에는 버려야 할 것이지, 결코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했다. 그대들은 이 뗏목처럼 내가 말한 교법까지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물며 법 아닌 것이야 말할 것 있겠느냐.”

자신이 애써 설법한 교법마저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생들이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생사의 바다를 건너 평화로운 땅 피안(彼岸)에 이르기 위해서는 갈대나 나무를 엮어 뗏목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일단 그 바다를 건넌 뒤에는 뗏목은 버려야 합니다.

바다를 건너게 해준 은혜가 뗏목에 있다고 해서 그 뗏목을 메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뗏목을 메고 가면 무거운 뗏목의 무게 때문에 애써 평화로운 땅에 이르렀지만 마침내 힘이 들어 몇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죽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일찍이 장자(莊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고기를 잡았으면 그 발을 잊어버려라.(得魚忘筌)

고기를 잡으려면 통발(筌)을 써야하지만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버려져야 합니다. 덫은 토끼를 잡는 데 쓰이지만 토끼를 잡고 나면 그 덫은 잊어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배운 문자와 언어는 뜻과 의미를 나타내는데 쓰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뜻을 알고 나면 즉시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다를 건너면 뗏목을 버리라고 말한 부처처럼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잊어버리라는 장자의 타이름을 가슴 깊이 새겨보는 아침입니다.

오서영 전주교육대학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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