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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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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 전민일보
  • 승인 2015.09.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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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를 우리 장병이 밟아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관계당국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어느 누구든 지뢰를 밟으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국방부는 사고가 일어난 곳이 시계가 불안정하고 관측 장비로 관측하는 데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보고하였다. 이것은 위험스럽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안 되면 되게 하는 것이 군인정신이고 어떤 악조건에서도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일어나면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우리 국민 70% 이상이 정부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보고 절망한 가운데 일어났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42개 주요국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4%로 26위였다.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27%로 뒤에서 네 번째인 39위였다. 국민 10명 가운데 7~8명이 정부와 사법부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일어난 사건, 사고를 통해 국민 대다수는 국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신뢰가 깨지면 정상적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설령 관계를 가진다해도 내면적으로 결속할 수 없고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고 만다.

우리가 사는 사회 도처에는 수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 우리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우리 삶 속에 견강부회하듯이 끌어들여 지뢰밭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지뢰를 매설한 당사자가 우리 자신일 수 있고 사회구조적 모순일 수도 있다.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여 생긴 자연재해는 우리 스스로가 묻은 지뢰이다.

해마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고 폭서와 혹한이 길어지면서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빈도가 늘고 있다. 내 자신만 챙기는 이기주의로 인해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고 배려하는데 인색하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인간성을 상실하고 물질과 부를 쫓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청년 실업으로 인해 이른바 3포세대가 늘고 존재감을 잃은 청년이 절망하고 있다. 계층과 지역, 세대 사이에 상존하는 갈등 때문에 사회가 분열되고 갈라져 통합과 화합이 너무 멀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국가발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빠져 있는 정치는 혐오감만 주고,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먹고 사는 것이 팍팍하다.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불신은 서로를 적대관계로 만들고 갈수록 꼬이는 남북관계는 전쟁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듯 우리사회 곳곳은 지뢰밭이다.

잊을만하면 지뢰 터지듯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는 대부분 인재이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부랴부랴 ‘사후약방문’식으로 후속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야단법석을 떤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망각의 늪에 빠지고 만다. 이런 일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깊이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가 내세운 표어가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이다. 개인이나 가정,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국가가 안전해야 우리 삶이 행복할 수 있다. 밤길 걷는 것이 공포스럽고 위험에 빠졌을 때 국가가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 나라에 사는 국민은 불행하다.

계단을 오르거나 길을 걸을 때 우측으로 통행하는 것, 길에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것,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은 사소한 것 같지만 남을 배려하고 생명을 살리는 행위이다. 이런 행위는 우리사회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를 제거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를 각 주체가 서로 협력하여 해결해야 한다. 지뢰를 제거하려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서로 협력해야 안전하게 없앨 수 있다. 지뢰가 없는 땅에서 신명나게 춤을 추며 살고 싶은 것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나라요 국가이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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