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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正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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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正名)
  • 전민일보
  • 승인 2015.08.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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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 직장에서 다양한 이름을 달고 살아간다. 공자는 그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라고 강조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정명 사상이다.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신분과 지위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신라 시대 ‘충담사’가 쓴 「안민가」라는 향가 마지막 부분에 “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고 하였다.

현존하는 향가 가운데 유일하게 민본적 유교사상을 노래하고 있지만 공자의 정명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답다”는 일부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말이다.

우리가 자신이 가진 이름과 직책답게 살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리더는 리더다워야 한다. 리더는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다.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오늘날 리더가 리더다우려면 소통과 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했던 과거에는 리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었지만 오늘날은 수평적·민주적 리더십으로 구성원과 소통하고 책임과 권한을 나눠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대통령다워야 한다. 최근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개정안을 박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한 작심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리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참모 역할이다. 리더는 훌륭한 참모와 조력자가 있어야 역량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논어」에서 참모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였다.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윗사람 눈치만 보는 具臣이 있고, 자기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리더 마음을 헤아려 조직을 이끄는 大臣이 있다. 具臣은 그저 자리 수만 채우고 있다는 의미이고, 大臣은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신은 리더에게 올바른 것을 제시하였을 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자리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저 리더 눈치만 보며 보신하기에 급급한 참모가 너무 많다.

‘이충호’는 「부모다움」이란 책에서 “부모가 되기는 쉬워도 부모 노릇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였다. 문제 아이 뒤에 문제 부모가 있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들린다. 부모는 자녀의 교과서라도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자녀에게 존경받고 사는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어른이 실종되고 부모가 실종된 사회에서 우리자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혼내는 어른이 별로 없다. 자녀가 잘못하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드는 부모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과잉사랑과 무관심이 빚은 찝찝한 결과이다. 그리고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어른이 별로 없다.

자식다움은 효와 관련이 있다. 공자는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물질적으로 봉양만 하는 것은 효가 아니라고 하였다. 물질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 부모만 공경하는 데 머물지 말고 웃어른을 공경하라며 효를 사회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과 직책에 맞게 스스로 브랜드가치와 품격을 높이고 올바로 처신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가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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