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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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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 전민일보
  • 승인 2015.08.2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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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덕 보건행정학 박사, 원광대학교 강사

 
敏而好學不恥下問

“그는 영리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문자(孔文子)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衛)나라 대부로 이름은 ‘어’이며, 문(文)은 그의 시호(諡號)입니다.

중국 북송(北宋) 때 문인(文人)인 소철(蘇轍)에 따르면, 공문자(孔文子)는 태숙질(太叔疾)에게 본부인을 쫓아내고 자기 딸인 공길을 처를 삼게 합니다.

그런데 공길을 처를 맞이한 태숙질은 얼마 뒤에 자신이 쫓아낸 본부인의 여동생과 정을 통합니다. 멀쩡하게 잘 있는 남의 부인을 쫓아내게 하고서 자신의 딸을 부인으로 삼게 한 공문자나 새 마누라를 얻은 뒤에 자신이 쫓아낸 마누라의 여동생과 정을 통하는 태숙질이나 똑같은 인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말로 하면 도찐개찐입니다. 그런데도 공문자(孔文子)는 화를 벌컥 내며 그를 죽여 버리겠다고, 때마침 위(衛)나라에 머물고 있던 공자를 찾아가 씩씩거리며 계책을 묻습니다.

공자는 과연 무슨 계책을 말해줄까요? 공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곁에 있던 제자에게 수레를 대령하라고 해서는 그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그러는 사이에 태숙질(太叔疾)은 송(宋)나라로 달아나고, 공문자의 딸은 졸지에 생과부가 되자, 공문자는 태숙질의 아우인 유(遺)에게 공길을 아내로 삼게 합니다. 공문자의 사람됨이 이모양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죽자 문(文)이라는 시호(諡號)가 내립니다.

시호는 임금이나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이 죽은 다음에 생전의 언행과 공적에 따라 받게 되는 이름인데, 문(文)은 시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단계의 것입니다. 온 세상을 잘 다스렸다는 뜻의 경천위지(經天緯地) 정도의 업적이 있어야 받는 시호입니다. 그런데 공문자는 악인(惡人)이라 할 정도로 욕심이 많고 충성심이 부족한 인물이었는데도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孔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며 스승에게 그 까닭을 문자, 공자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는 영리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敏而好學不恥下問)

공문자가 비록 경천위지(經天緯地)의 업적을 쌓은 것은 아니지만, 영리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을 만하다는 겁니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재주가 뛰어나고 영리한 사람은 대체로 경백해서 배우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른 것이 있음을 세상에 알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침내 여러 가지 병폐가 생기고, 남을 속이게 됩니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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