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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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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말
  • 전민일보
  • 승인 2015.07.3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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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

 
道旁多苦李

“길거리에 있는 나무라서

쓴 맛이 많이 나는 자두거든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듯이, 무슨 일이든 그 일이 일어나게 한 법칙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런 법칙들을 이해하기만 하면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줄일 수가 있고, 무슨 일이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이치는 성인만이 아니라 총명하고 능동성 있는 두뇌를 가진 아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서진(西晉) 시대에 왕융(王戎)이라는 명사(名士)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영특했고 풍채가 비범했으며 청담(淸談)을 즐겨 죽림칠현이 되었던 인물인데, 그가 일곱 살 때일입니다.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길가에 자두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자두가 무척 많이 열려 있었습니다. 어찌나 많이 열렸는지 나뭇가지가 횔 정도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모두 달려가서 자두를 땄습니다. 그런데 왕융만 꼼짝 않고 있는 겁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왜 달려가서 자두를 따지 않느냐고 묻자, 왕융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길거리에 있는 나무라서 쓴 맛이 많이 나는 자두거든요. (道旁多苦李)

나무가 길가에서 자라서 열매가 모두 쓸 것이니 따먹을 게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그 자두를 따서 맛을 보니 맛이 정말 썼습니다. 어린 왕융은 알았던 겁니다. 자두가 정말 달다면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다 따가고 없을텐데 그대로 남아 있으니 분명히 쓸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나 그 마음이 돌아가는 이치는 모두 똑같지 않습니까?

레바논의 시인 칼릴 지브란(Kahlii Gibran)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석류나무를 심었습니다. 추수기가 되자 석류한 바구니를 따서 집 밖에 놓고 “공짜입니다. 아무나 가져가셔도 좋습니다.”라는 푯말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러나 길을 지나가는 사람 가운데 아무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해 가을에는 푯말을 바꿨습니다. 그 푯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최고급 석류, 비싼 값에 팝니다.”결과는 어땠을까요. 인근 사람들이 앞 다투어 석류를 사갔다고 합니다.

사람의 보편심리에 근거하여 상황을 바꾼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치를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사물의 자연스런 구조와 본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런 구조와 모습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이치를 깨달아 자기 몸을 제대로 지킬 수 있고, 자기 삶을 온전하게 해서 타고난 수명을 다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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