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3 21:58 (월)
익산의 백제왕도유산, 날개를 달다
상태바
익산의 백제왕도유산, 날개를 달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7.14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승모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장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를 포함한 익산, 공주, 부여의 백제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지난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 확정되었다. 이제 익산은 대한민국의 12번째 세계유산 도시가 된 것이다. 이는 익산의 자랑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사이다.

2007년 2월,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모시고 개최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익산 백제왕도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포부를 밝힌 때로부터 실로 9년만의 일이다.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하여 그동안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2010년에는 익산 고도가 먼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었고 2011년에는 우선등재추진 유산으로 선정되어, 공주, 부여와 함께 공동으로 등재작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2014년 1월에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하였고, 2014년 9월에는 이코모스에서 파견된 관련 전문가의 현지실사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유산 등재가 이루어졌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이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양동·하회 역사마을>과 같은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각각 다른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유산을 하나로 묶은 연속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이 매우 힘든 작업이라는 것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백제문화유산’이라는 범주로 묶은 익산, 공주, 부여의 세계유산 등재작업 또한 그리 간단치 않았다.

여기에 더하여 흔히 ‘세계문화유산’하면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떠올리지만,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경우, 매장문화유산이라는 점도 불리한 요인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12번째의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연속유산이자 매장문화유산으로도 세계유산이 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익산고도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1973년에 설립된 원광대학교 마한백제연구소가 1974년 미륵사지 동탑지 발굴을 시작한 이래 지난 40여년 간의 미륵사지, 왕궁리유적 등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학술조사 연구가 커다란 뒷받침이 되었다.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그동안 <세계유산 가치규명을 위한 학술회의>, <시민 참여를 위한 교육 및 답사 프로그램>, <익산역사유적지구 가이드북 발간> 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하여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시민교육을 하던 초창기에는 “내노라 할 것 하나 없는 빈 들판인 미륵사지나 왕궁리유적이 어떻게 세계유산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는가 하면, “꿈같은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의구심, 그 꿈같은 일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사실 익산은 이미 2004년에 <고도보존특별법>에 의하여 경주, 공주, 부여와 함께 우리나라 4대고도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금마면을 중심으로 고도육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됨으로써, ‘좌고도(左古都), 우세계유산(右世界遺産)’이라는 멋진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이제 익산은 비상할 일만 남았다. 더 멀리. 더 높이.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사실 준비할 것이 많다. 세계유산 도시들의 가장 큰 변화는 찾는 사람들의 숫적인 증가이다. 수원 화성이 그랬고, 경주 양동마을이 그렇다. 익산에도 그러한 변화가 오게 될 것이다.

익산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공주, 부여와 달리 천도가 진행되었던 당시의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찾아오는 이들로부터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게 잘 지켜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지만,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 또한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이다.

그들의 오감을 잡아둘 비장의 카드는 있을까. 이 비장의 카드는 물론 단 시간 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이 비장의 카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우리에게 모처럼 찾아온 비상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계유산도시 익산’의 미래가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