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三百一言以蔽之曰思無邪
“시 삼백 수를 한 마디로 말하면
사무사(思無邪)다”
「시경(詩經)」이라는 게 있습니다. 주(周)나라 초(初)부터 춘추(春秋)시대 초기까지 황하(黃河) 중류 중원(中原) 지방에서 유행하던 시 305편을 수록한 중국에서 가장 오래 된 시가집입니다. 본디 삼천여 편이었던 것을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려 정리했다고 알려졌지만, 오늘날 전하는 것은 305편뿐입니다.
「시경」은 크게 풍(風) 아(雅) 송(頌)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雅)는 다신 대아(大雅)와 소아(小雅)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국풍(國風)이라고도 하는 풍(風)은 여러 나라의 민요로 주로 남녀의 정과 이별을 다룬 내용이 많습니다. 아(雅)는 공식 연회에서 쓰이는 의식(儀式)을 노래한 것이며, 송(頌)은 종묘제사에서 쓰이는 악시(樂詩)입니다.
「시경」은 옛사람들의 유유한 생활을 구가하는 시, 현실정치를 풍자하고 학정을 원망하는 시들이 많은데,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사의 평가도 높으며, 상고시대의 사료(史料)로서 귀중합니다.
「논어」를 보면, 공자는 무엇보다도 「시경」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아들 백어(伯魚)에게 무엇보다 먼저 공부하라고 시킨 것도 시(詩)였습니다.
그가 「시경」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자가 「시경」을 귀중하게 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 삼백 수를 한마디로 말하면 사무사(思無邪)이다.(詩三百一言以蔽之曰思無邪)
많은 학자들은 ‘사무사’를 “생각이 깨끗하고 맑아서 사악함이 없다.”정도로 이해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공자의 뜻과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많습니다.
「시경」은 사상을 논하기보다는 문학작품으로서 진솔한 감정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란 감흥을 일으킬 수도 있고, 역사의 성쇠를 살펴볼 수도 있으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도 하고 원망할 수도 있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흥이나 역사를 살피는 일, 어울림과 원망이라는 표현은 사상과 관계없는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시를 읽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진솔한 감정을 말합니다.
사회에서 오래도록 남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면 사람들은 무엇이 진솔한 감정인지를 잊고 오직 이해득실만을 따지게 됩니다.
공자가 학생들에게 「시경」을 읽으라고 독려했던 이유는 스스로 진실함을 구해야 한다고 일깨우려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가 어려워지고, 선행도 형식에 그치는 몸짓에 지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