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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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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일보
  • 승인 2015.04.1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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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식 시인·전 부송초 교장

 
채널이 열리는 순간 나는 금세 그들이 된다. 즐겨보는 게 몇이 있다지만 그 중 다문화가정 프로그램인 ‘러브 인 아시안’은 단연 먼저다. 그들의 사랑은 누구보다 뜨겁고 진하다.

며칠 전에 어렵게 들른 키르키스댁의 친정나들이를 보았다. 만리길을 날아서 가족과 만남의 순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행복해요.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짧은 일정을 마치는 날이면 봇짐꾸리는 손길들이 침묵 속에 떨리기 시작한다. 나는 어느새 그들의 친정아버지가 되어져있다.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쾌청한 하늘에 야속한 먹장구름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찬 소낙비를 후줄근히 맞는다. 삶의 질곡을 우려낸 엑기스다. 이별의 아픔이 어떤 것이며 그리움과 만남이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 정이란 이런 거며 가족은 이래야 된다고 일깨워준다. 그들의 인연줄은 쇠줄보다 강하고 질겼다. 누가 가르랴.

우리는 지금 외국인이 백오십만을 넘어선 시대에 살고 있다. 3D현상의 기피에 따른 노동력 유입과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로 활성화되었지만 아시안 처녀들의 코리안드림도 한 몫을 톱톱히 해냈다. 한 핏줄 한 민족을 고집하거나 자랑으로 삼았던 시대는 이미 저만큼 지나가고 있다. 외국인 연예인은 물론이려니와 국영기업체사장도 국회의원도 나왔다. 외국인 사위나 며느리를 둔 친구도 더러 만난다. 외국인과의 삶을 부끄러워하던 시대가 엊그제였는데 바야흐로 글로벌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월남댁 필립핀댁 키르키스댁 세네갈댁 손자며느리의 손맛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소 닭 보듯 바라봤던 나라였지만 사돈나라가 되었는데 어쩌랴. 조상님들도 그들이 챙겨주는 제삿밥이 좀 맛설지만 맛있게 드셔야만 한다. 귀여운 손자손녀를 낳아 대를 이어준 이국손자며느리에 정붙임 해야한다. 단군성조의 무너지는 억장소리가 눈뜨고도 들리는 것 같다.

우연을 필연으로 승화시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배부른 내 영혼을 흔들기에 충분하였다. 참으로 대견하다. 모양이 다르고 색갈이 다른 게 이유가 되지 않았다. 다름을 넘어서 같음을 낳은 그들의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연리지 삶이다.

때 묻지 않고 덧씌움이 없는 삶이 부럽다. 희고 검은 것쯤은 별거 아니란다. 언어도 문화도 가난도 국경도 가볍게 뛰어넘는 초자연적 힘을 가졌음을 증명해준다. 그저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된단다. 사랑해 줄 사람만 있으면 된단다.

누군가 “결혼은 자기를 포기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어렵사리 얻어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더욱 빛나고 귀한 것일지 모른다. 그들은 장벽을 넘어 꽃피워 낸 고귀한 사랑의 마술사다. 그들의 삶은 나의 교훈이다. 최선을 다하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넘어서라고 말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인의 외로움과 눈총을 감수하고 사는 그들은 나의 스승이다.

그들에겐 남보다 더 진한 아픔과 멸시를 이겨낸 강한 의지가 있었다. 함정도 수없이 많았으리. 그렇다고 이제는 평지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보다 더 많은 시련과 시샘이 그들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헤쳐 왔고 또 헤쳐갈 것이다. 잡은 손 놓지 않고 더 아름답게 피워낼 것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그들에게 가슴 적신 박수를 한 아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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