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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날씨 때문에 추운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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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날씨 때문에 추운 것만은 아닙니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3.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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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식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K형.

왕소군(王昭君)이라는 여인 아시지요? 성은 왕(王)이고 이름은 장(?)인데, 자(字)가 소군(昭君)이어서 왕소군이라고 불리다보니, 남자라고 착각하기 쉬운 여인이지요. 게다가 임금을 뜻하는 글자가 이름 앞뒤에 붙어있어 무슨 왕족처럼 들릴 대도 있고요. 하지만 왕소군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그것도 중국역사에서 사대미인(四大美人)으로 꼽히던 여인이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서시(西施), 삼국시대(三國時代)의 초선(貂?), 그리고 당(唐)나라 때 양귀비(??妃)와 함께 말입니다.

K형. 진(晉)나라 때의 도사(道士)인 갈홍(葛洪)이 전한(前漢)시대의 잡다한 일(雜事)들을 기록한 책 「서경잡기(西京雜記)」를 보면, 왕소군은 지금의 호북성 자귀(?歸)의 양가집 딸로, 그녀가 18세 되던 서기전 38년에 원제(元帝)의 후궁으로 뽑힙니다.

그 당시는 사진이 없던 시절이라, 황제의 후궁으로 뽑히게 되면 먼저 화공이 후궁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후궁이 수천 명이나 되다보니 황제가 일일이 만나볼 수가 없었으므로 후궁들의 초상화를 그려 화첩을 만들게 한 겁니다. 요즘말로 하면 후궁들의 앨범을 만들어 들춰보다가 마음에 드는 후궁이 있으면 부르겠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후궁으로 뽑힌 여인들은 너도 나도 초상화를 그리는 화공(畵工)에게 뇌물을 바쳤습니다. 이왕이면 자신을 좀 더 섹시하고 매력 있게 그려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왕소군만 뇌물을 바치지 않는 겁니다. 뇌물을 바칠 만큼 집안이 넉넉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자신의 미모를 꾸며서 황제를 속이려는 마음도 없었던 것입니다. 미모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왕소군을 건방지게 본 화공은 그녀의 용모를 아주 평범하게 그린 다음 얼굴 위에 커다란 점까지 하나 찍어놓습니다. 얼굴을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못생기게 그려놓은 것입니다.

K형. 화공의 못된 장난으로 왕소군은 후궁이 된지 오 년이 지나도록 황제의 눈길을 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황제는 수도 없이 후궁들의 화첩을 뒤적였지만 못생긴 왕소군에게는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그녀에게 엉뚱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때까지 한나라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흉노(匈奴) 왕 호한야(呼韓邪) 선우(單于)가 한(漢)과 우호조약을 맺으면서 한나라의 공주를 요구한 것입니다. 한나라 황제의 사위가 되어 한나라를 잘 모시겠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를 아파하던 원제는 그런 제의를 선뜻 받아들여 왕소군을 시집보내기로 합니다. 후궁들의 초상화에서 가장 못난 왕소군을 공주라고 속여서 줘버리자는 겁니다. 어차피 먹지도 않을 떡 남에게 인심이나 쓰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혼인식장에 나타난 왕소군이 그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미인 가운데 미인인 것입니다. 그녀를 처음 본 원제는 땅을 쳤고, 흉노왕은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 의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왕소군이 흉노 땅으로 떠나자마자 화가 난 원제는 그녀를 엉터리로 그린 화공을 잡아다 목을 자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뒷날 당나라 때 시인인 동방규는 그렇게 시집간 왕소군이 봄이 와도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치는 흉노 땅에서 하늘만 처다 보며 오들오들 떠는 모습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자연히 옷 띠가 느슨해지니, 이는 허리 몸매를 위함이 아니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하는 그 유명한 말이 나오는 시입니다.

K형. 흉노 땅이 아닌 이 땅에도 봄 같지 않은 봄이 왔습니다. 춘삼월이 호시절이라고 하건만 모두들 추위에 옷깃을 여미고 있습니다. 을씨년스럽게도 몸과 마음은 여전히 겨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꽃샘추위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혹시 돼지저금통까지 깨서 살아가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 때문은 아닐까요? 게다가 입만 열면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높은 나리마저 마침내 경제가 큰일 날 것 같다고 하는 걱정때문은 또 아닐까요? 이런 지경이니 봄이 왔다고 반가워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요. 꼭 날씨때문에 추운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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