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3 01:48 (금)
명절이라고 하는 ‘마디(節)’
상태바
명절이라고 하는 ‘마디(節)’
  • 전민일보
  • 승인 2015.02.26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카무라 에미코 통역가

 
올해도 설날은 끝났다. 그렇게 큰일은 없었는데도 끝나 보면 대단히 피곤하다. 한국 주부의 “명절”이라는 말은 거의 “스트레스”와 동의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 명절 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종류가 다양하면서 양까지 많다.

일본의 설날(1월1일)은 한국과는 달리 조상들에게 제사상을 올리지 않는다. 추석에 해당하는 날에는 불교신자가 많기 때문에 제사상에 고기나 생선을 올리지 않는다. 우리 친정집의 경우, 요리는 밥·국물·두부와 두 가지 정도의 야채무침 등 5종류 정도였다. 게다가 그 그릇이 소꿉놀이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다. 그 조그만 한 상을 보면 한국 주부는 놀랄지도 모르다.

우리 시어머니 세대의 주부가 보면, 지금의 명절 상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해졌을 것이다. 떡도 식혜도 한과도 옛날은 모두 집에서 만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가게에서 사는 것이 되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어도 명절은 역시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다. 육체적으로 하는 일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시댁 식구들과 가까이 지내야 하니까 마찰이 많아진다. 그것이 여자에게 있어서 아마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한국 주부가 두근거리면서 “빨리 명절이 왔으면!”이라고 기대하는 일이 앞으로 있을까? 있다고 하면, 예를 들어 “명절 다이어트”. 명절이 끝나면 몸무게가 5kg빠졌다든가, 허리가 10cm줄였다고 하면 여자들이 모두 빠짐없이 시골로 향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명절 학습법”은 어떨까? 명절 준비를 도운 아이들의 학력이 향상하고 점수가 오른다든가? 그러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에 있으면 좋은데, 실제는 그 반대 이야기만 듣는다. 명절에 너무 많이 먹어서 살쪘다든가, 명절로 시골에 내려가면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 아이는 시골에 데려오지 않았다 등등.

어떻게 봐도 한국의 명절은 쇠퇴하는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조상에 대한 제례는 중요하지만, 명절의 준비는 대단히 힘든 일이다. 우리 신랑의 남자 형제는 다섯 명이지만, 지금은 명절날 시골에 오는 며느리는 나를 포함해서 두 명이 되어 버렸다.

나는 명절에 대해 한국인들이 가지는 종교적 정신적 의의를 그렇게 크게 느끼고 있지 않다. 일 년에 한두 번 친척이 모이는 패밀리 세레머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이 명절을 지내고 있는데, 명절이 얼마나 한국인 여성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골에 사는 이주여성이 한국의 명절과 제사를 관리하고 있는 집은 의외로 많다. 시골의 면단위로 가면 그러한 집이 더 많다.

올 명절에 인천공항을 빠져나가 해외로 날아간 사람의 수가 “과거 최다”를 기록했다고 한다. 명절로 쓰는 금액은 꽤 크다. 그것을 한국 국내에서 소비하지 않고 가족이 해외로 나가 먹고 자고하는데, 이것은 한국경제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명절이 끝난 다음, 친구인 일본며느리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우리는 외국인인데도 명절 음식재료 사면서, 『중국산 말고, 한국산을 사야지』라고 신경 쓴다! 그런데도 한국인 주부가 명절상도 올리지 않고 해외에서 대량소비 한다는 것이 어떻게 된 일이야? 진짜 비한국인은 저사람들이지!” “명절에 해외에 가는 사람에게서는 명절세를 거둬!”라고 명절을 재료로 하면서 실컷 웃어 기운을 회복했다.

한 해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던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감사하면서 새로운 해를 출발하는 날이 설날이다. 무엇이든지 ‘마디(節)’는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명절에는 현대사회와는 맞지 않는 문제점이 여러 가지 남아 있다. 그것 때문에 그 ‘마디’전체에 대한 인기가 없어져 버렸다.

‘마디’를 없애지 않기 위해 현상에 맞추어 명절의 모습을 바꾸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할로윈도 원래는 기독교의 추석이라고 한다. 멋있고 즐거운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까지 흉내내고 있다.

그러한 ‘마디’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한다면 한국의 명절도 더 즐겁고 멋있게 할 수 없을까? 나는 명절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
  • 메디트리, 관절 연골엔 MSM 비타민D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