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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엄마의 특별휴가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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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엄마의 특별휴가 함께하기
  • 전민일보
  • 승인 2015.02.23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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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숙 정의당 전북도당 대변인

 
일주일 전부터 아픈 엄마를 집에 모시게 되었다. 엄마는 딱 명절까지만 머무시는 것으로 못 박았지만 난 더 계시다가 가라고 붙잡는 중이다. 엄마 마음에 따라 더 계실 것인지 아니면 시골집으로 가실 것인지가 정해지겠지만 말이다.

엄마는 주장이 강하신 분이다. 커오면서 봐왔던 엄마는 집안 살림은 물론 자식들의 교육문제, 바깥 굵직한 일들도 엄마의 주도로 돌아갔다. 혼자되신 엄마가 아픈 막내딸의 살림살이를 하면서도 큰소리 치며 그 집의 경제권에 콩나라 팥나라를 하실 정도였으니 못말릴 분이시다.

식도암으로 위적출 수술을 받으신 후 급격한 체력 저하로 막내딸의 살림을 못해 주시게 되자 본인의 시골아파트로 무작정 내려오셨다. 주위에서는 어머니가 왜 그리 씩씩하냐고 놀라기도 한다. 우리집에 오셔서 머물게 된 것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내리신 결론이다.

예전엔 막내딸 살림 해주다가 시골아파트에 오게되면 신경쓸 일도 없고 해서 밥맛이 그렇게 좋으셨단다. 그런 기억만 가지고 내려오니 수술 이후 한끼에 한 숟가락의 식사량으로 몸의 체력도 떨어지면서 독감에 걸리셨다.

병원에 치료를 받기 위해 승용차로 모시기도 하고 집으로 반찬을 나르기도 하면서 몇날 며칠을 설득하여 겨우겨우 우리집에 오시게 되면서 나의 시계는 엄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살아 오면서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고 언제나 도움을 주셨던 엄마가 많이 아프고 약해지신 것을 보니 언제나 내곁에 계실 줄만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맘이 울컥해지기도 한다.

친정어머니는 올해 일흔 다섯이다. 큰 딸인 나는 외모만이 아니라 성격까지 가장 많이 닮았다. 살이 빠져서 너무 작은 엄마를 보면서 나도 할머니가 되면 이렇게 되겠구나 짐작을 해 보기도 하고 체력의 한계로 계획했던 일들을 다 하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으로 나이듦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면서 엄마를 나의 거울처럼 들여다 보게 된다.

엄마와 둘이서 한방을 쓰면서 남편이 부럽다고 할 정도로 소곤거릴 이야기가 많다. 새색시 시절 고모와 한판 했던 이야기, 외숙모가 서운하게 했던 일들, 아버지 임종 전 엄마한테 했던 이야기, 교회 식구, 고향 동네 아줌마들 사는 이야기 등등 엄마의 시각으로 보는 관심사다. 오늘도 잘 들어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그건 아니지” 하는 말이 불쑥 튀어나와 뒤돌아서 후회를 하기도 하면서 엄마의 삶에 초점을 맞추자고 다짐하기도 한다.

“ 꼭 입덧하는 것 같이 먹고 싶었다가도 한 숟가락 먹고 나면 다시는 안먹고 싶당게?” 맘껏 드시고 기운차리시면 좋겠지만 한 숟가락이 식사량이다. 끼니마다 드시고 싶다는 것을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맛집 기행도 하면서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을 만들고 있다.

엄마가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시고 난 후 둘이 의견일치 된 부분이 생겼다. 혼자서 사는 것이 제일 편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와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었던 딸이 늙으면 늙을수록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었다. 노인이 되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아프면 병원이 가깝게 있어서 바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다는 점에서다. 빨리 본인 집으로 가야겠다는 것에서 진일보하여 이렇게 함께 지내는 것도 좋다는 것도 느끼시기도 하시니.

성질이 못돼서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평생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엄마의 특별 휴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련다. 이 기간에 함께 할 수 영광을 누리게 되었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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