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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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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2.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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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최근 유행하는 은어 가운데 ‘썸타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관심 있는 이성과 잘 되어 가다는 말이다. ‘썸남썸녀’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서로 사귀기 전 단계에 있는 남녀를 일컫는다. ‘썸남썸녀’라는 말은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은어이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공부에만 매달려 생활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아 받아 현실 공간에서 길게 대화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심하다. 그래서 가상공간인 카톡과 같은 스마트성 메신저에 빠져 단어를 짧게 쓰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심하다.

‘김밥천국’은 ‘김천’으로 ‘쩐다’는 특정한 일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의미로 쓴다. 예를 들어 “김천에서 썸남을 만나 개드립 쳤다.”는 말은 “김밥천국에서 최근 연락하게 된 남자를 만나 함부로 말했다.”는 말이다. 개드립은 adlib에서 따온 말로, 천박함을 나타내는 접두사 ‘개’를 합성하여 만든 초등학생이 쓰는 은어이다. ‘개드립 치다’는 함부로 말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여학생이 주로 만든 은어를 남학생이 따라하고 이것을 중 고등학생이 따라하는 것을 어른이 따라 하기까지 이른 상태다.

스티븐 핑커는 <언어의 전제조건>에서 “언어는 문화적 소산이 아니라 우리 두뇌가 지닌 생물학적 구성 가운데 독특한 일부분이다.”고 했다.

이남호는 언어는 문화이면서 또한 문화를 반영한다고 했다. 문화는 언어를 통해 유지하고 언어 자체가 문화이다.

그래서 언어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거나 축척하는 도구가 된다. 언어는 그 시대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언어를 통하여 인간이 누리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전통문화는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농경문화가 발달하였기 때문에 언어에도 농업과 관련된 말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 이르러 전통사회에서 쓰던 어휘는 사라지고 컴퓨터나 스마트 폰과 관련된 어휘가 많이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은어이다.

은어는 보통어와 대립되는 말로서 변말이라고도 한다. 은어는 같은 환경에서 같은 운명에 놓여 있거나 공통된 생활을 하면서 어떤 고립된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사이에서 발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언어가 다르면 반드시 문화도 다른 것은 아니지만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리는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1월 20일자 모 경제일간지에서 “’썸’만 타던 남북관계, 대북전단 암초 만나”라는 머리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 모 단체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면서 가뜩이나 공회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남북관계가 한층 더 꼬일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은 각각 당국 사이에 회담을 제의하고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통해 상대방에게 공을 떠넘겼다고 판단하고 서로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썸’만 타면서 결정적 ‘고백’없이 눈치만 살피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라는 기사였다. 초등학교 여학생이 만든 은어를 신문사에서 사용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시대가 변하고 존재했던 사회나 사물, 현상이 사라지면서 그것을 지칭하던 언어도 함께 사라지거나 새롭게 바뀌기 마련이다.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이라 한다.

과거에 없던 말이 현재 새로 생겨 널리 사용하기도 하며 단어가 지닌 의미를 확대하거나 축소하기도 한다. 언어가 지닌 이러한 일반성에 견주어 볼 때 은어는 특정한 집단이 즐기는 문화적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말을 마치 유행어처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언어를 순화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이끌어야 할 언론이 나서서 쓰는 것은 언론이 지닌 비판적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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