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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나라에는 네 가지 벼리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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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나라에는 네 가지 벼리가 있으니
  • 전민일보
  • 승인 2015.02.1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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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접하다 문득 관중(管仲)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관중에 따르면, 나라에는 네가지 벼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 세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나라가 망합니다. 그런데 기우는 것은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으며, 뒤집어지는 것은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망한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으니, 나라를 이끄는 사람은 네 가지 벼리가 끊어지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을 네 가지 벼리라고 부르는가? 첫째는 예(禮)이고, 둘째는 의(義)이며, 셋째는 염(廉)이고, 넷째는 치(恥)입니다.

예(禮)는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義)는 저 잘났다고 스스로 나서지 않는 것이며, 염(廉)은 잘못을 감추지 않는 것이고, 치(恥)는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관중(管仲)은 말합니다. 절도를 지키면 윗사람의 자리가 평안하고, 저 잘났다고 나서지 않으면 백성이 교활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다, 자기 잘못을 감추지 않으면 행실이 저절로 온전해지고,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으면 사악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관중이 누구입니까? 우리에게는 가난했던 소년시절부터 포숙아(鮑叔牙)와 평생토록 변함없는 우정을 나눴던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그것보다는 자기가 모시던 제(齊)나라 임금 환공(桓公)을 중국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覇者)로 만들었던 인물 아닙니까? 그가 제나라 재상(宰相)이 되어 나랏일을 얼마나 잘 처리했는지, 나라의 재앙이 될 일을 복으로 바꾸고, 실패할 일을 성공으로 돌려놓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훌륭한 정치인이었다는 말인데, 그런 관중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네 가지 벼리 가운데 절반인 두 가지로 염(廉)과 치(恥)를 꼽은 것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무엇보다 염치(廉恥), 곧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관중(管仲)만 그런 게 아닙니다.

유학 경전 가운데 하나인 「예기」에서도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무엇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떤 지위에 있으면서 그에 어울리는 말을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고, 말을 하고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도자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지도자 개인의 부도덕한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끝내는 나라와 사회까지 망치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언제부터 염치(廉恥)라는게 사라져버린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요? 얼굴이 두껍고 뻔뻔스러워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 아예 체면을 차릴 줄 모르는 몰염치(沒廉恥),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모르는 파렴치(破廉恥) 같은 것들이 판을 치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커녕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왜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며 화를 내는 사회 말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세상입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한테 손가락질을 당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남을 탓하기 전에 그저 나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수밖에요. “주여 저들을 용서하옵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나이다.”고 한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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