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KTX)의 서대전역 경유 논란에 대한 도민들의 반발여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자치단체와 지역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호남은 국가정책 결정과정에서 매번 소외를 받아온 터라, 피해의식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서대전역 경유 문제는 경제적 타당성 등의 문제를 떠나 오랜 소외와 차별의 아픔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호남인들의 울분이 응집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일 호남권 지방의원 220여명은 정부청사에서 상경 집회까지 벌였다.
이날 전주와 익산, 군산, 남원, 김제, 정읍 등 도내 자치단체장들도 서대전역 경유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도권과 대전권역 주민들의 눈에는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소외와 차별로 점철되는 호남인들의 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중앙 정치권의 입장이 미묘해 도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호남을 정치적 텃밭으로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들은 명확한 입장을 모두 내놔야 한다. 각종 선거 때마다 그들은 호남은 정치적 텃밭이자, 당의 기반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텃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차원의 성명과 대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이다. 충청권의 인구수 증가로 충청지역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전통적인 텃밭의 민심은 경청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호남을 방문하고 있다. 이미 서너 차례씩 전북과 전남, 광주 등 호남지역을 방문했다. 당원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대전역 경유 논란에 대해서는 침묵내지는 신중한 입장만을 견지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면서 당 대표에 당선되면 충청지역 단체장과 원칙에 입각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겠다고 밝혔다.
호남인들은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 후보의 당 대표당선 조건에 불만스러운 눈치다. 충청권 단체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라지만, 지역의 여론을 외면하고 중앙당의 지시에 따를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지방분권을 무시한 시각이다.
반면, 이인영 후보는 정부 정책의 혼선을 지적하고, 당초의 원안대로 호남고속철도 KTX 노선운영을 주장했다. 양다리를 걸치지 않고, 호남의 민심에 부응한 것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다.
호남의 표심에 구애하면서 정작 호남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KTX 경유논란에 대해 각 후보들은 왜 침묵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의 민심과 호남의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은 각 후보들의 KTX 서대전 경유논란에 대한 입장표명을 지켜보고 표심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