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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마음 밥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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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마음 밥을 먹자
  • 전민일보
  • 승인 2014.12.2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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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조 모심과 살림연구소 연구원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선물이 오간다. 그런데 달랑 선물만 건네지 않는다. 거기에는 ‘마음’이 있다. 때로는 ‘내 마음을 담은 선물이야’라는 상투적이지만 훈훈한 편지도 함께 한다. 그 선물은 대개 어디에선가 구입한 상품일터지만, 주고받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선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이 상품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마음’의 힘이다.

크리스마스와 같은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 ‘마음’을 종종 먹는다. 가깝게는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 속에서, 선배가 사주는 밥 한 끼에서도 찾아 먹는다. 조상을 모시는 제사나, 수확 후 하늘에 감사를 올리는 전통 의식,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장례식에서는 여럿이 마음을 내어 나눠 먹기도 한다. 최근 20-30대 중심으로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이른바 ‘소셜 다이닝’혹은 ‘집밥’의 유행 속에서도 마음을 찾아먹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우리 삶이 물질 이상의 어떤 것으로 지탱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이 ‘마음 밥’을 먹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은 사랑, 배려, 자비, 감사와 같은 정서를 상대방에게 먹이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상대방이 안 먹으려고 하면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주고 싶은 사람은 받는 사람을 잘 모셔야 한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 친구, 연인이 서로 주고받고 모시는 가운데 마음 밥이 순환한다.

‘당신이 먹는 것을 내게 말해 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던 19세기 프랑스의 판사이자 미식가였던 브리야사바랭의 말처럼 내가 먹는 ‘밥’이 곧 ‘나’가 된다. 좀 더 상상하면 ‘나’는 ‘똥’을 만들고 ‘똥’은 ‘밥’이 되어 다시‘나’가 된다. 물질의 순환과 인과의 그물망을 우리가 잘 포착하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작동하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마음 또한 보이지는 않지만 순환하면서 밥과 함께 우리의 온 삶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의 소비 관행은 생산자와 생산과정에는 무관심하며, 값싸고 질 좋은 상품만 사려고 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자유무역의 확대와 전지구적 국제분업을 공고히 하면서 가까운 먹을거리와 소규모 생산자를 몰아내고 물질과 마음 순환의 자연법칙을 정체시킨다.

다행히 한 켠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상품을 소비하는 이른바 ‘착한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소수지만 생산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살피고자 노력하는 소비자와 ‘마음’을 담고자 하는 생산자도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변화시키고 이것이 반복되면, 내가 주로 먹는 밥과 마음의 생산을 촉진한다. 그렇게 나의 변화가 생산을 변화시킨다. 2015년에는 우리 모두가 마음을 담은 온전한 밥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나누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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