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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전우 편히 눈감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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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전우 편히 눈감으소서’
  • 박상규 기자
  • 승인 2014.08.21 2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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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점의 뼈 발견… 국과수 감정 의뢰 예정
▲ 익산시 망성면 금강변에서 한국전쟁 당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된 가운데 21일 유해발굴감시단 관계자들이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박형민기자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지금 저희들이 있습니다.”

익산시 망성면 황산대교 인근 금강변. 이곳에 경찰들이 조촐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향을 태우며 선배들의 넋을 기렸다. 그 옆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찢어질 듯 흔들린다.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장화를 신고 우비를 걸친 경찰들은 조심스레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땅이 질어 발이 흙에 빠지는데도 경찰들은 작업장까지 걸어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봤다. 유해를 씻기 위한 소방차와 이동식 증거분석 버스(CSI), 매장사체 발굴 장비 등도 갖춰져 있었다.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와 익산경찰서 형사계 직원, 광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모두 40명으로 구성된 발굴단은 21일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인 유해 발굴에 들어갔다.

발굴단이 다수의 유해가 발견된 20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발굴한 유해는 두개골 등을 포함해 모두 87점으로 아직까지 온전하게 발견된 유골은 없다. 87점의 뼈는 최소 7명 정도의 유해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해들과 함께 무궁화가 새겨진 경찰 버클과 다수의 탄두·탄피, 고무신 등이 발견됨에 따라 유해들이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경찰관과 일반인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충남 논산시 강경읍과 맞닿은 이곳은 한국전쟁 시기 남하하는 북한군을 경찰 700여명이 맞서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이 전투에서 강경 경찰서장을 비롯해 경찰관 60∼90여명이 전사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전석종 전북지방경찰청장은 “고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이라며 “단 한점의 유해도 유실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발굴에 임해달라”고 발굴단에 당부했다.

유해들을 최초 발견했을 당시 유해의 수를 20여구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유해의 수는 발굴이 마무리된 시점에야 파악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유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발굴된 유해에서 유전자를 채취,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국과수는 의뢰받은 유전자를 국과수 본원에 보관돼 있는 6.25 전사자 및 실종자 유전자와 대조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한다.

경찰은 발굴된 유해가 한국전쟁 당시의 전사자로 확인될 경우 국방부 유해발굴단에 인계해 처리할 예정이다. 또 일반인의 유해로 판단될 경우에는 적정절차에 따라 신원을 확인하고 유가족에게 유해를 인계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유해의 경우 익산시청에 통보해 행정 처리한다.

선 원 익산경찰서 형사과장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합동조사 결과 왼쪽 대퇴부에 박힌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것이 아닌 탄두가 확인됐다”며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유해가 우리나라 전사자들의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신원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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