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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범죄 밝혀낸 청각장애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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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범죄 밝혀낸 청각장애인의 눈
  • 임충식 기자
  • 승인 2014.04.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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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검, 농아인협회 도움으로 블랙박스 영상 입모양 분석

단순 폭행사건으로 처리될 뻔했던 사건이 청각장애인들의 도움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수사 검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일 전주지검 형사1부(이원곤 부장검사)에 따르면 택시기사 서모씨(48)는 지난 2월 18일 오전 1시 30분께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택시회사에서 동료기사인 김모씨(45)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김씨에게 뺨과 머리 부위 등을 맞는 서씨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서씨는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김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서씨의 주장과는 달리 김씨가 단순한 싸움이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경찰에서 “김씨가 도박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나를 폭행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김씨는 검찰조사에서도 단순한 폭행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곧 밝혀졌다.


검찰은 피해자인 서씨의 블랙박스에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소리 없이 녹화된 영상에서는 두 사람이 다투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또 김씨가 서씨에게 말하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이때 수사검사가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했다. 입 모양을 보고 대화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구화(口話)를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보통 청각 장애인이나 언어 장애인이 상대의 말하는 입술 모양 따위로 그 뜻을 알아듣고 소리 내어 말하는 특수한 교육을 받는다.


검찰은 곧바로 한국농아인협회 전북협회에 동영상을 보내 대화내용의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 김씨가 한 말이 “누가 신고했어? 누가 그랬어?”라는 것임을 밝혀냈다. 보복범죄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검찰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상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도 이 점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보통 상해죄의 경우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반면 보복범죄의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검찰 관계자는 “입모양만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까지는 분석이 어려워 한국농아인협회 전북지부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수사검사의 아이디어와 청각장애인들의 도움이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고 말했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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