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는 달리고 싶은 것이다리어카의 네 발이 되어자전거의 두 발이 되어젖 먹던 힘까지쏟아 붓고 싶은 것이다바퀴는 목숨을 다하는 그 날까지구르고 싶은 것이다
풍경이 대웅전 처마 끝에서졸고 있었다주지스님이 죽비로따악~이마를 때리자 깜짝 놀란 풍경이땡!운다정신 차리라고또 때렸다땡땡대웅전이 들썩들썩 한다
오리알이 눈을 떴다갈대숲에서강으로 나가야겠다고꽥꽥꽥큰소리친다그때부터 오리는‘乙’자가 되어강물 속에붉은 발로 길을 만든다
제멋대로 뒹굴던 돌들이어깨를 꽉 짜고축대가 되었다장마가 와도 축대는눈 하나끔쩍하지 않았다하찮고 별 볼일 없는 것들이 힘을 합치면겁날 것이 없다
똥장군이 똥장군을 지고텃밭으로 나갑니다똥 한 바가지를 쭈욱 쭉~ 뿌리면서오지게 자라라고큰소리고 외치자채소들이 똥장군 만세를 부릅니다똥장군은 우리 할아버지 입니다
장맛비가 잠깐 그친 사이아기 달팽이가엄마를 찾아 길을 나섰다느릿느릿 가는아기달팽이느림보라고 놀리지 마라한나절 걸려도해가 서산마루에 걸려도엄마 찾아 가겠다
까치가햇살과 별빛을 물어다집을 지었다둥지 속 아기까치는낮에는해님을 보고아빠 생각하면서밤이면별님을 보고엄마 품에 안겨서포동포동자란다아기까치는낮에도 밤에도 쑥쑥 자란다
정육점에 돼지머리가높이걸려 있습니다돼지머리는죽어서도대접을 받습니다지난번에도 어른들이고삿상 위에 있는 돼지머리에게절을 했습니다
흰색 보라색 색깔은 달라도이름은 같아요도라지 꽃낮에는아기 손을 닮은 꽃밤에는별을 닮은 꽃땅에서도 하늘에서도 도라지 꽃
개미가 집을 짓는다땅 속에서새가 집을 짓는다나무 위에서하느님이 집을 짓는다구름 뒤에서나도 따라 집을 짓는다마음속에서우리 가족이 모여 살집근사한집 한 채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