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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73주년, “후손들, 애국정신 기억했으면” 참전용사 이두영 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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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73주년, “후손들, 애국정신 기억했으면” 참전용사 이두영 옹 인터뷰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3.06.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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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학도병 입대...1953년 육군장교로 임관
대통령 표창·휘장 등 수여...“미래 세대 귀감 되고 싶어”

 

"우리 후손들이 애국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비가 내리는 어느 초여름날, 김제시 죽산면에서 이두영 옹(93)을 만났다.

6.25 참전용사인 이 옹의 집에 들어서자 각종 훈장과 표창장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특히 이곳 마을의 집집마다 태극기가 게양돼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또한 이 옹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찾았다. 그는 전보다 더욱 늠름한 기상으로 기자를 맞았다.

그는 한달 여 전 자녀들과 함께 찾은 포항과 경주에서의 일을 제일 먼저 꺼냈다.

이 옹은 "포항을 거쳐 영천, 경주를 찾았을 때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먼저 떠나보낸 나의 전우들, 그리고 전쟁 당시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이곳저곳 더 둘러보고 싶기도 했지만 볼 수가 없었어요. 마음이 먹먹해서 갈 수가 없겠더라고."라며 말 끝을 흐렸다.

1950년 7월, 당시 19세의 나이로 학도병에 징집됐던 그는 입대한지 얼마 안됐을 적 비학산에 배치됐다.

당시 비학산 고지 상봉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싸여있었다. 그 상봉을 북한군이 점령한 상태였다. 

반면 산 밑에서 공격을 해야했던 남한군은 비교적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산 위의 북한군들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남한군의 기척과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작은 능선의 나뭇가지들은 포탄과 로켓포로 다 부러지고 꺾였다. 그 옆에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시체들이 그렇게 흩어져 사방에 쌓였다.

1년 중 가장 더운 8월, 부패하는 시체 냄새에 달려드는 까마귀들까지, 그야말로 전쟁의 참혹함을 뼈져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판초우의로 내리는 빗물을 받아 먹고 비상 건빵으로 허기를 면했지만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시간이었다.

이 옹은 "최종 공격 명령이 내려지자 배고픔과 힘듦도 잠시, 젊은 핟도병으로서의 오기가 분출됐어요.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생각으로 분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명령에 살고 죽는다는 신념으로 싸웠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윽고 고지에 있는 바위 기둥 부근을 탈환했다. 적들은 남한군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한 채 후퇴했다. 

적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며 기쁨을 맛보았지만 그만큼 잃어가는 전우들과의 이별과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기도했다.

이어 피의 능선이라고 불리는 백석산을 기점으로 두고 매일 같이 적과의 전투가 이어졌다. 치열한 전투에 도토리나무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았다.

이 옹은 "포연 속에서 '한 치의 땅도 적에게 내어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전진만 생각했어요"라면서 "그러던 중 적의 포탄이 내 옆에 호에 떨어졌어요. 작업복 위쪽 깃 한쪽이 날라갔고 등에는 작은 포탄들의 파편이 박혔어요"라고 말했다.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회복도 하지 못하고 전투에 참전할 만큼 매일이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그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오직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는 내내 "다시는 전쟁은 일어나선 안돼요"라며 전쟁의 비극을 강조했다.

이 옹은 "지금은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강해졌고 평안하게 지내고 있다보니 어린 학생들이나 후손들이 전쟁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사는 것 같아요"라면서 "기념일에는 태극기를 걸기도 하고 안보 교육도 끊임없이 이어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항상 후손들에게 본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참전 용사로서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흐트러짐 없이 바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요"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북 이남 우리 네 우리 전부 다 동포들이 아니에요. 환대 속에서 동포들이 서로가 왕래하고, 서로 손잡고 놀고 하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두영 옹은 지난 1950년 7월 17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1953년 10월 10일 육군 장교로 임관해 1963년 3월 31일 전역했다.

그는 1950년 12월 금성화랑 무공훈장, 1951년 4월 은성 충무 무공훈장, 공로표창과 대통령 표창, 휘장 등을 수여 받았다.

2013년 12월 겨울, 그는 6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전쟁 당시의 상황과 그의 심정을 담은 그의 자서전 '고난의 골짜기를 그리다'를 출간한 바 있다.
이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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