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8일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이른 추석을 앞둔 농산물 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 수준에 폭염과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추석 물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황이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배추·무·감자·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배추의 8월 도매가격은 10㎏에 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8% 오르고 평년 대비로는 57.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평년에 비해 9.5% 각각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북지역은 폭염 영향을 받은 채소류의 경우 지난달 상추 113.3%, 배추 28.1%, 오이 51%, 시금치 85.7% 등 급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폭우 피해까지 더해지면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에서 침수된 농작물의 규모는 5㏊(헥타르)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 북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상황인 만큼 앞으로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작물이 침수되지 않았더라도 쏟아진 비가 배추 등 밭작물을 중심으로 무름병·병충해를 유발하거나 뿌리를 썩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확기인 배추, 무 등의 수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위험수위로 보기는 어렵지만 피해 상황이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에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추석(9월 10일)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 잡기에 매진해 온 기획재정부는 농작물 피해 현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이번 폭우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큰 오름세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추석 명절 제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과, 배, 포도 등의 산지는 주로 남부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폭우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과일과 채소 등 산지 피해는 아직 크게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병충해 피해 등이 뒤이을 수 있는 만큼 산지 농가와 상시 소통하며 물가 상승 이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우천 상황을 예의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