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반도체 수요에 맞추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양산공장 확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반도체 인력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부각 되었다.
대통령이 지난달 ‘산업 인재 공급’을 언급하자, 교육부가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 확대를 예고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비수도권대 총장 기자회견이 교육부에 의하여 무산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촉발된 반도체 분야 인력양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체의 반도체 양산 확대에 따라 앞으로 몇년간은 반도체 분야 전공자를 더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장비 설치가 끝나고 운영을 위한 기본 인력이 충원되면 매년 보충될 인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삼성반도체나 SK하이닉스와 같은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4년제 대졸 이상의 연구인력보다 반도체 양산 또는 생산 장비 운용 기술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전체 신규인력의 60% 가량이 공정 엔지니어링 관련 전문기술직군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4년제 대학 반도체 전공자 정원을 대폭 확대한다면, 산업체의 인력충원이 마무리된 후부터는 반도체 인재의 적체라는 국가적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반도체 학과의 신설은 학생 정원 배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수 채용과 교육 시설 마련 등 상당한 추가 비용이 요구되며, 학과가 만들어지면 쉽게 없애거나 바꿀 수 없다는 것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다양한 첨단과학 기술이 일상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특정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에 미칠 영향도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2대 주류 산업 분야 중에서 연간 부족한 인력의 수는 소프트웨어 6,188명, 전자 5,387명, 화학 4,130명, 기계 4,068명, 자동차 2,290명, 반도체 1,621명, 바이오-핼스 1,131명, 철강 1,117명 등이다. 반도체 분야만이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므로 교육부는 국가 전체 산업의 인력 수급을 고려한 인력양성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수도권 대학의 학생 정원 확대는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시켜 수도권 인구 밀집에 따른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만들고 국가의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반도체 분야의 부족한 인력 1,600 여명은 반도체 학과나 반도체 설계교육센터(IDEC)를 가지고 있는 거점국립대와 서울대가 900명을, 그리고 산업체와 계약학과를 개설한 7개 대학이 700명을 추가로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대학이 자체 정원 내에서 조율하면 해결될 수 있다.
더구나 산업체와 계약학과를 가진 대학들만이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관련학과 또는 IDEC를 가지고 있는 거점국립대학과 서울대 등에서 매년 수백명의 반도체분야 학사학위 소유자를 배출하고 있다.
또한 물리학이나 재료공학 분야의 학위 소지자들도 반도체 산업체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반도체양산 시설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전문인력은 기계공학 등 관련 분야의 전공자들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 스탠퍼드 대학이나 MIT 등 국제적으로 학문을 선도하는 대학들은 학생들의 관심이 많은 인공지능(AI)과 같은 분야를 학생의 전공과 무관하게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학문 간, 학과 간 그리고 학교 간의 장벽을 낮추고 학제 간의 교류를 통하여 학생들이 보다 쉽게 관심 분야의 학문에 접근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정부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국가 균형 발전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양성 대책 마련과 지원을 해야 한다.
한상욱 전북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