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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도덕과 군주의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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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도덕과 군주의 직업윤리
  • 전민일보
  • 승인 2022.05.03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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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 국가가 개인의 도덕성을 평가하고 강요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멸균상태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무균사회를 지향하는 것 자체가 모호할뿐 아니라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의 근원 중 하나도 정의 구현의 결핍이 아닌 그 과잉에 있다. 정의와 도덕률은 그 자체로 상대적이다. 그것을 절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것은 도그마이거나 광신 그 둘 중 어느 하나일 것이다.

각종 감수성과 2차가해라는 말이 가지는 공포감도 예외가 아니다. 그 어떤 말과 논리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그 만능 검은 누가 만들어 준 것인가.

일본 교과서 왜곡만 중요한 게 아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침탈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어찌 위안부만 문제이겠는가? 공녀와 환향녀의 그림자는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것인가?

여전히 죽창가를 부르면서 전쟁범죄와 인권유린 당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토록 저자세를 보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폭력에 대한 단죄는 때로 모순적이다. 6·25 전쟁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책임추궁은 평화에 반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거기서 역사의 심판과 정의를 추구하던 그대쪽 같은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냉전시대의 논리는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 속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앞에서 논의된 것 이외에도 가치판단은 주체가 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극단적으로 나뉘는 경우가 적잖다. 조선 태종(太宗)은 정몽주와 정도전을 죽였다. 이복동생은 물론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처남들도 모두 죽였다. 상왕이 된 후에는 후계자인 세종(世宗)의 장인인 심온을 죽이고 장모는 관비로 만들어 버렸다.

개인 이방원에 대한 단죄꺼리는 너무도 많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은혜도 모르고 잔인한 인물이다. 하지만 군주의 직업윤리 면에서 태종(太宗)을 평가한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태종은 잠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 모든 악업을 역사의 승리로 승화시킬 수 있는 후계자를 만드는 중요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녕대군(忠寧大君)이 세자가 된 이유다.

왕이 된 세종이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해동요순(海東堯舜)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태종이 공신과 친인척 같은 측근의 발호(跋扈)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버지를 왕으로 만든 외삼촌들과 호랑이 같은 공신들이 세종 치하에 여전히 그 세를 과시했다면 조선은 어떤 나라가 되었을까? 태종의 손에 묻은 피가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은 존재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조선 태종을 알지 못했다. 만일 알았다면 그가 후일 쓰게 될 <군주론>에 분명 언급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행동한다.

마키아벨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생각한 군주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이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가진 인물이다. 조선 태종이 바로 그렇다.

태종의 공신은 물론 처남과 사돈이 권력을 제어하고 청렴을 유지하면서 일개 서생과 같이 살 수 있는 초연함을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생각이다. 후대인 정조(正祖)는 아들인 순조(純祖)를 보필하도록 김조순에게 각별한 당부를 남긴다. 그렇게 국구(國舅)가 된 김조순은 안동김씨 60년 세도정치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행동한 전형이다.

김조순 개인의 인품과 능력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몫이다. 어쩌면 지하에 있는 그는 억울한 점에 있어서 민무구나 이숙번 보다 더한 감정을 가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김조순이 망국으로 치닫는 파멸의 길로 조선의 역사를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선한 이미지의 지도자로만 남고 싶은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성직자나 사회운동가로 족하다. 그것이 그 개인은 물론 사회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만일 태종이 후계자로 연산군(燕山君) 같은 인물을 택했다면 그는 개인의 도덕적 파멸과 더불어 군주의 직업윤리마저 망각한 최악의 인물로 남았을 것이다.

오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청문회장에 오른다면 낙마할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

암군(暗君)이라는 선조(宣祖)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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