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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 더욱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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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 더욱 필요한 과제다
  • 전민일보
  • 승인 2022.04.2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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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는 노동시간에 있어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고 제52조에서는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하고 있으며, 작년 7월 1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전년말에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한 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에 대해 국민 71.8%, 임금노동자 77.8%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고 국민 55.8%는 여전히 우리나라가 일을 많이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주52시간 상한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야근은 여전하고 노동시간 단축이 주는 효과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OECD 2020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687시간으로 평균보다 연 221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회원국 순위로는 한국이 네 번째로 길게 일한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을 꾸준히 줄여왔다고는 하지만 통계로 보는 바와 같이 아직도 우리의 노동시간은 후진국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주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금융권에서 제시한 두 가지 모델 중 첫 번째 모델은 기존 주5일 영업(월~금), 주5일 근무(월~금) 시스템을 주5일 영업(월~금), 주 4일 근무(월~금 중 4일 자율 선택)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모델은 기존 시스템을 주7일 영업(월~일), 주4일 근무(월~목)+주3일 근무(금~일, 정규직으로)로 바꾸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시행을 통해 경험한 바에 의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각 모델의 특징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쟁점이며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주52시간 상한제보다 더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규범 자체를 확산시킬 수 있는지도 논의의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의문으로 제시되는 것은 현재 주52시간 상한제에서 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정규직 중심, 노동시장의 상층부에 위치한 노동자들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냐는 점이다.

사실 주4일제 도입을 위해 집중해야 될 대상은 중위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이라는게 정의당에서 주장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단축으로 생기는 이전소득의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할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사회적 저항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단순히 노동자가 일을 덜 하고 임금은 더 받으려 한다는 비판의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 산업재해의 감소와 여가시간 활용을 통한 노동자 건강권 향상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사업장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탄소배출은 줄어들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출퇴근 시간이 여유로워진다면 도심 속 과열화된 주택 등 부동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육아 및 아이 돌봄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 이로 인한 문제가 완화되고 현재 OECD 최하위권인 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일을 많이 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돈을 많이 벌자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면 나라가 부자가 되고 기업이 성장하며 개인의 자산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축적만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경제 발전에 비해 국민이 느끼는 행복도는 늘 최하위권인 나라다. 세계 5강 경제대국을 지향하는 한국사회의 노동자는 과연 행복한가? 무엇을 통해서 노동자의 행복은 보장될 수 있을까.

지천이 꽃으로 물들고 있는 이 봄, 찬란한 봄볕만큼 한국 사회의 노동 문화가 더욱 성숙해지길 희망해 본다. 아침 산책길, 무심코 내딛는 나의 발길에 이름 모를 자그마한 보랏빛 들꽃이 밟히지 않게 한 발작 한 발작 조심조심 디뎌 본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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