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죽으면 모든 게 끝날까요” 도내 매해 530여명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 잃어
상태바
“죽으면 모든 게 끝날까요” 도내 매해 530여명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 잃어
  • 장세진 기자
  • 승인 2020.08.05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날까요” 도내 매해 530여명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 잃어

도내에서만 한해 평균 53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생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온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에 걸렸더라도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은데다, 인지했더라도 편견 때문에 사람들이 정신과병원을 쉽사리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울증, 조현병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만나 상황을 듣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장의 문제와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상> ‘소리 없는 아우성’ 말 못할 정신질환자들의 사연

“잠도 안 자고 쏘다니던 게 정신질환이라니”

5년 전, 김모(55)씨의 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대학생이던 그의 아들은 휴학한 이후 매일 덩그러니 누워 천장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아들은 몇 해 전만 해도 밝은 성격에다 며칠간 밤을 새우며 활동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었지만, 학교를 쉬면서 점점 무기력증이 심해져 나중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만 지냈다.

그저 아들이 게으른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나무라던 김씨는 아들의 팔에서 자해흔적을 처음 목격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울기도 하고 아들에게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사정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김씨가 아들의 병명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15년, 일주일 내내 방 안에만 있던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면서부터다. 그는 극단적 선택 이후 “뒤처리를 부탁한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고, 출동한 대원들에 의해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들은 병명은 활동력이 늘어나는 ‘조증’과 침체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양극성장애’. 아들의 지나치게 활동적이던 모습과 자신감, 과소비마저도 모두 병증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아들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았고, ‘정신과약’을 복용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있었다. 결국 아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이듬해 목숨을 끊고 말았다.

김씨는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정신질환은 감기와 같은 병일 뿐인데 그걸 모르고 아들을 죽였다”고 울먹였다.

이처럼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알더라도 정신과에 대한 인식 탓에 많은 사람들이 치료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질환은 그야말로 감기처럼 어느 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지만 인식의 부재와 편견의 장벽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 도내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람은 1596명에 달한다.

전주에서는 아중저수지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익사체가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들이 생전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이를 막을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마음도 몸과 똑같으니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익산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는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치료를 미루다가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인식과 달리 정신과 약은 부작용이 적으며 치료 이후 보험 가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질환은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효과가 더디더라도 중간에 자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세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