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도립미술관 서울관 전시 이어 두번째로 선보여
은은한 달빛을 내려받아 초현실적 신비한 풍경 보여줘
이번 전시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인화지가 전주한지
‘블루’에 푹 빠진 사진작가 이흥재의 사진은 밤의 달빛과 새벽의 여명을 자연의 조명 삼아 은밀하고 고요한 풍경을 보여준다.
반투명의 은막이 덮인 듯, 자연 속 타자연의 낮에는 볼 수 없는 내밀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흥재 작가가 오는 21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월광산수’를 선보인다. 이달 초 도립미술관 서울관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은은한 달빛을 내려받아 초현실적으로 신비한 풍경을 풀어 놓는다.
작품은 경주의 왕릉을 비롯한 고분의 모습과 전주 향교의 야경, 모악산의 여명 등이다.
지역적 특성이 짙은 장소들이라 밝은 햇볕 아래 찍는다면 마치 관광사진처럼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곳들도 많다.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장소들도 달빛으로 드러난 모습은 낯설게 신비롭다.
밤 사진을 찍을 때 이 작가는 원하는 색이 우러나는 장면을 잡고자 준비해 기다린다.
그 색채는 대부분 달빛이 스며든 여명의 블루이거나 봄비 머금은 숲의 진녹색, 밤이 깃든 호수 표면의 먹물색 등 변조가 다양하다.
이렇든 어두움을 공감각적으로 느끼는 일은 해 진 후 자연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언제나 경험했을 일이다.
경주의 고분과 전주의 모악산이 밤의 공간 속으로 잠겨버려 희미한 블루의 여명에서나마 그 무덤의 몸체와 신의 덩치를 더듬어 짐작케 하는 밤의 기운, 그 검은 블루 속에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가를 가늠하기 힘들다. 혼연 일체의 블루와 그 의연하고 깊은 색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 작가의 작업에서 기다림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달빛이 고분을 드러내거나 새벽별이 호수의 표면을 흔드는 장면을 구하기 위해 한 밤을 숨죽이며 기다린다. 원하는 지점에서 기다리는 긴 시간동안 휩쓸려 흘러가는 어두운 구름을 하염없이 보고 있거나 달이 원하는 위치에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
이 작가는“해가 지고 30여분 후 여명의 블루 속에 얼굴을 드러내는 초승달과 개밥바라기별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롭기 그지없다”면서 “달뜨는 시간이 거의 한 시간씩 늦어지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점점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경이롭다”고 전했다.
이번 이흥재 작가의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인화지가 한지라는 점이다.
전주와 완주에 기반해 3대째 이어가는 정통 한지공방에서 만든 전주 한지다.
사진 인화지 대신 전통 한지에 인화된 사진은 종이 맛을 더해 표현에 촉각성을 과시한다 더없이 한국적이면서세계적인 것이다.
바로 이흥재 작가의 사진은 애향 전북의 한국성에 본을 두면서도 지역성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거의 사진이 갖는 예술성의 핵심이다.
사진작가 이흥재는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및 전주대 대학원 미술학과,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학과 예술사전공,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이번 전시가 13번째 개인전이다.
신라를 다시 본다(2018.12 국립경주박물관)를 비롯해 다수의 기획초대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전북도립미술관장, JTV 전주방송 객원 해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 무성서원 부원장, JTV 전주방송‘전북의 발견’ 프로그램 진행 등 다양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