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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근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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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근거에 대하여
  • 전민일보
  • 승인 2019.05.3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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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과학의 달, 5월 가정의 달에서 이어지는 물길은 지금 목전에 다가온 호국보훈의 달을 향해 흐른다. 한 달간의 기간이 오롯히 나라를 지킨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면 우리나라에서 '호국보훈'이란 단어가 가지는 위상을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6월 6일이, 뒤로는 6월 25일이 포진해 있어 긴장을 놓기 어려울만 하다. 유공자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평상시보다 특별히 더 강조하는 기간인 것이다.

빈도로만 따진다면 유공자들에 대한 추모는 일상 곳곳에서 접할 기회가 많다. 학창시절부터 우리는 매주 한 번씩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해왔으니 말이다. 따라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평소보다 더 잦은 빈도로 유공자를 추모하는 것은 사실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조차 이미 충분히 흔하지 않은가. 이 한 달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그보다는 더 클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우리는 왜 추모하는 가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란다거나.

우리는 그들 유공자들을 왜 기리는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답변보다는 더 그럴싸한 말들이 있을 것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공리적인 이유이다. 그들이 나라의 수호을 위해 희생하여 우리가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 수혜를 입은 우리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써 유공자들에게 감사할 이유가 있다.

또한 국가 역시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 국민에게 특수한 희생을 요구하였으므로, 국가는 이에 대해 유공자들에게 보상할 응당한 의무가 있다. 이러한 까닭에서 생각해본다면 유공자들에 대한 추모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유공자들을 기리는 것이 단순히 우리가 그들의 희생에서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일까?

유공자들에 대한 추모는 보다 더 감상적인 사유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그들의 유공은 일반인이 발휘하기 힘든 용기와 희생에서 발현한 것으로, 그들이 발휘한 놀라운 정신력에 대해 느끼는 존경심이 추모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들 희생의 구체적인 면면을 마주하노라면 그 무엇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에 감동했기 때문에 유공자를 추모하는가? 우리 삶의 귀감이 되는 분들을 기리고 떠받드는 것은 합당하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 전체에게 일반화하여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다.

사실 이 두가지 이유가 유공자를 기리는 이유로 불충분한 것은 결코 아니리라. 유공자들의 피땀으로 빚어진 평화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업적이 우리 마음을 감동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추모하며 여기에 더 다른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추모하는가'의 사유를 계속하는 것은, 추모의 근거에 대해 고찰해보며 추모의 행위가 내게 주는 의미를 재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공리적 이유, 감상적 이유 외에도 이기적인 이유로도 유공자에 대한 추모를 이어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를 위해 유공자들의 넋을 추모하련다. 수많은 유공자들의 희생이 겹겹이 쌓인 땅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완성되는 기적이 있었음에 감탄하며 그들을 추모한다.

또 내가 속한 역사에 기라성같은 유공자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들을 추모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기억함으로써 마음이 따뜻해져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추모한다. 나를 성숙하게 하기 위해 그들을 추모한다는 생각은 꽤 매력적이었으며, 추모의 개념을 이전과는 다른 면에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다 세기 어려운 많은 풍파 속에서 세워졌고 그에 따라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삶의 곳곳에서 호국보훈의 구호에 얽매여있으며,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그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와 이유가 있다.

6월이 다가오면 그 명분은 더 강해진다. 왜 추모하는가. 고민의 결과가 반드시 이 질문의 완벽한 해답이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고민이 있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공자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그들을 기리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이 끊이지 않는 6월 한 달이 되기를 소망한다.

정원배 전북동부보훈지청 보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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