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09:53 (금)
학교폭력으로 딸 잃은 아버지...진실 밝혀달라
상태바
학교폭력으로 딸 잃은 아버지...진실 밝혀달라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9.18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딸 참 예뻤는데…아이를 과거형으로 불러보셨어요?”
 
딸을 잃은 아버지는 검은 넥타이를 매고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을 죽는 날 까지 자식을 먼저 보낸 상주라고 말했다. 떨리는 입꼬리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눌렀지만 아버지 A(46)씨의 목소리에선 감출 수 없이 비통한 마음이 묻어 나왔다.
 
지난 15일 전주의 한 여중생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유족 등이 이 여중생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랑하는 내 딸 미안해’, ‘장난으로 시작된 학교폭력, 친구는 이제 평생 볼 수 없습니다’, ‘다음 피해자는 우리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를 도와주세요’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학교 측에 가해학생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호소했다.
 
또 학교 측에 30차례 넘는 상담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아이의 괴로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해결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아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취재진 앞에 설 용기를 낸 것은 아이의 명예를 회복하고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원인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제2의, 제3의 피해자 탄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A씨는 딸이 투신한 옥상에서 직접 찾은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한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딸이 크게 1차ㆍ2차로 나뉘는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차 폭력은 지난해 10월 B양이 다니던 학교의 축제 이후로 시작됐다.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교우관계가 넓던 B양이 여자친구가 있는 남학생과 대화를 나눈 것을 두고 생긴 오해가 화근이 된 것이다. 이들은 공개적인 SNS 등을 통해 B양을 비난했을 뿐 아니라 실제 학교에서도 B양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학교폭력은 신체 가해로도 이어졌다. 한 여학생은 지난 6월21일 늦은 시간 B양을 불러내 뺨을 2차례 때리고 어깨를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A씨는 "폭행 당시 딸은 갈등이 있던 아이가 화해를 하기 위해 불러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두운 골목길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뭉쳐있었고 딸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웠을 것이다"며 "그런 상태에서 맞기까지 했으니 절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폭력을 가한 아이는 딸이 정신적 피해로 자해까지 시도한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러 명이 몰려와 폭행했다는 것은 학교폭력이 집단적으로 자행됐다는 방증이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숨진 B양은 이미 1차 폭력부터 심신이 모두 무너져내려 힘들어했으며 학교와 B양의 부모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대신 준비한 사과의 자리 이후 오히려 더 심한 자해를 하는 등 무척 괴로워했다.
 
B양은 가족들에게 “나는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고 있고 앞으로 이 짐을 언제까지 짊어져야 할 지 모르는데 걔들은 사과하면 끝 아니냐. 너무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 메시지를 통해 지인에게 “이제 신고하면 진짜 끌려가서 죽을 것 같다며 무서워서 신고도 할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A씨는 “밝고 활동적이었던 딸은 착하고 바르게 자랐다”면서 “작은 오해 하나로 시작된 괴롭힘은 딸을 무너뜨리고 또 짓밟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2차 폭행 당시 CCTV 영상은 시간이 지나 삭제된 상태지만 현재 전북지방경찰청 등에서 복원 중에 있다.
 
이 학교에 다녔던 B양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59분께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투신했다. B양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한편 이날 학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다.
 
이지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