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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명물 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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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명물 순대국밥
  • 전민일보
  • 승인 2017.09.0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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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동네에서 돼지를 잡아 나누어 먹었다.

고기는 팔고 머리와 창자 등은 잡는 사람들 몫이었다. 머리는 털을 벗기고 푹 삶아 썰어서 술안주 하고, 창자는 뒤집어 깨끗이 씻어 속에 피와 밀가루, 양념을 넣어 삶아 순대를 만들었다. 아이들도 구경하다가 푹 삶은 순대 한 점씩 주면 맛있게 먹었다.

나도 처음으로 순대 맛을 그 때 보았다. 결국 돼지 한 마리 가지고 동네잔치를 했다.

이런 일로 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공동체를 형성하여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였다.

동네에 애경사가 있으면 내 일을 제쳐두고 나와 도와주고 시비가 벌어져도 서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끝마무리를 했다.

순대에 맛을 들인 뒤로 순대는 나의 기호식품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 순대 집을 찾는다. 밥맛이 떨어져 외식을 하고 싶으면 순대국밥집을 찾는다.

순대 국밥집은 여러 곳에 있어 찾기도 쉽고 먹기도 편리하다. 혼자 점심을 먹을 때도 순대 국밥집을 찾아 식사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싫어하는 사람이 가끔 있어 다른 사람을 초대할 때는 미리 물어보아야 한다.

귀한 손님이나 체면을 차려야 할 때는 안내하기가 어렵다. 순대국밥은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 격이 높은 음식은 아니다. 좀 더 있으면 격상 될지도 모른다.

모악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점심을 먹을 때는 단골로 순대 집을 다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중인순대집의 순대 맛은 일품이었다. 주인 할머니의 손도 커서 순대를 듬뿍듬뿍 넣어 주었다.

뚝배기에 담아 나오는 펄펄 끓는 순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씹으면 톡톡 튀는 잘 익은 깍두기를 곁들이면 일품이었다.

찾아온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모두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왔으니 맛있게 먹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친구 하나는 나와 같이 순대국밥을 좋아 한다. 배구 모임이 있는 날이면 가끔 남부시장으로 불러낸다.

애호가 4명이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순대 국을 먹는다.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순대 한 점을 먹는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뜨끈뜨끈한 국물을 후루룩 마시면 속이 시원하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시원하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러나 속이 시원한 걸 어떠랴. 친구 좋고 술 좋고 분위기 좋으니 이보다 더 부러울 게 있을까. 이래서 친구가 좋은가 보다.

요즘 전주의 남부시장 ㅈㅈㄹ순대국밥 집이 유명해졌다.

한옥마을에 찾아오는 관광객이 소문을 듣고 몰려와 줄을 서야 한다. 서울에서 찾아온 손녀를 데리고 아내와 같이 찾아 갔다.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긴 줄을 서야 했다. 기다리다 차례가 되어 국밥의 맛을 보니 무엇인가 표현 못할 특징이 있었다.

그만큼 이름이 날 때는 어떤 노하우가 있어서 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여 맛을 내는지는 몰라도 달랐다. 암뽕순대국밥을 시켰더니 너무 고기가 많아 다 먹지를 못했다.

맛이 약간 싱거우나 간을 맞추라고 새우젓을 놓았다. 콩나물 국밥에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었는데 순대국밥에도 새우젓이다.

새우젓과 돼지고기는 궁합이 맞다 하더니 궁합을 맞추려는 것 같았다.

어찌 했던 전국으로 이름을 날리니 애향하는 마음으로 고맙다.

전주비빔밥은 국제적으로 알려졌고 콩나물 국밥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전주의 음식 맛이야 손꼽을 만하다. 어디를 가나 역전에 전주식당이 있는 것을 보면 전주의 음식이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순대는 돼지 창자로 겉 재료를 하고 속에 피와 소스를 넣은 것이 진짜다. 그런데 가짜 겉에 소스를 넣은 것도 있다. 가짜 순대다. 물론 식용 재료로 만들었다 하나 그렇게 해서 순대 맛이 제대로 나겠는가.

암만해도 돼지 창자로 해야 제 맛이 날 게 아닌가. 전주의 순대 집은 어느 곳이나 가짜 재료로 순대국밥을 만들지는 않는다.

유명한 집은 물론이고 어느 집을 찾아가도 맛은 별 차이가 없다. 내가 경험해 보아도 그렇다. 물론 다른 지방의 순대와는 색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충남 병천순대가 유명한데 전주의 순대도 그에 못지않다.

어느 미식가가 한 번 맛을 보고 판단을 해도 좋을 것이다.

각 지역에 따라 음식 솜씨는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특징이 있다. 전주는 전주대로 특색이 있는 순대국밥을 만들어 낸다.

순대에 넣는 소스가 다르고 국물에서 맛이 다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그 특유의 맛을 낸다.

그것은 비밀이라 자주 찾는 사람도 비법을 모른다.

그저 맛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이런 맛이 오래 되면 그 집만의 특유한 맛이 되어 유명해 지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것은 삶의 보람이기도 하다. 가족끼리 찾아가 맛을 즐기기도 하고 벗들과 어울려 즐겨 먹으며 깔깔대고 호연지기를 펴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오늘도 입맛이 없으니 좋아하는 순대국밥이나 한 그릇 할까?

김길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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