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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궁핍과 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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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궁핍과 권태
  • 전민일보
  • 승인 2016.03.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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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인들은 스스로를 헤라클레스의 후손으로 자처했다. 투철한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이 전사들은 시종일관 소수정예를 유지한다. 시민권은 양친 모두가 스파르타 시민인 경우에만 부여했고 그 결과 시민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스파르타가 멸망할 당시 시민은 불과 천 여 명에 불과했다. 이것은 스파르타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그런데 스파르타인들이 여타 민족과 다른 점 또 하나가 있다.

바로 돈에 대한 개념이다. 스파르타인들은 돈을 불편한 물건으로 인식했을 뿐 아니라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혐오했다. 그런 스파르타인들에게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심어준 인물이 있다. 바로 뤼산드로스다. 그에게 ‘정의는 오직 하나, 이익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뤼산드로스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헤라클레스를 풍자하며 이렇게 강변했다.

“사자의 가죽이 가리지 못하는 곳에는 여우의 가죽을 덧대야 한다.”

플루타르코스는 스파르타를 황금에 눈먼 도시로 만들어 버린 뤼산드로스야말로 최고의 악당이라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로마 시민 6천명을 학살한 술라 보다 더 흉악하다고 얘기한다.

술라에 대해서도 플루타르코스는 이렇게 혹평하고 있다. “관직이 사람의 기존 성격을 바꾸고 권력이 사람을 변덕스럽고 허황되고 잔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진 것도 다 술라 때문이다.” 그럼에도 뤼산드로스가 희대의 학살자 술라 보다 더 악당으로 평가 받은 이유는 뭘까.

플루타르코스는 돈이 행복의 기준이 되는 순간 세상은 대화가 아닌 분노와 폭력으로 소통하는 사회로 변한다고 경고한다.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돈과 분리돼 살 수 없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권력이 개인의 삶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행복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에서 얘기했듯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극도로 가난한 것은 죄다.’

고위 공직자와 군 장성들이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바가 있다. 그들 대부분이 포토라인에 설 때면 따라오는 얘기가 돈 문제다. 그때마다 의문이 든다. 저들에게 그 돈이 없으면 죄가 될 정도의 가난을 선물한 것이 공직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 사회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고위공직자의 가난이 죄가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고위공직자에게 지급되는 국민의 혈세가 결코 가난을 얘기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후보시절 ‘이제 청빈(淸貧)이 아니라 청부(淸富)가 필요하다.’고 했던 얘기는 그 자체로 잘못된 말은 아니다. 공직자라고 해서 정당하게 취득한 부에 대해서까지 비판받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단순하지만 공직이 자신의 부를 증식시키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1512년 마키아벨리는 반란 혐의로 피렌체의 바르젤로 감옥에 투옥된다. 그곳에서 마키아벨리는 공중에 매달렸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고문을 받는다. 이때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이렇게 외친다. “조국에 대한 나의 충성은 나의 가난이 증명하고 남는다.”

이것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변론하면서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나의 가난이 증명하고 남는다.”

소크라테스와 마키아벨리가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돈에 초연한 삶이 있어서였다. 그것은 최영(崔瑩)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평생 간직한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 고위 공직자가 새겨볼 또 하나의 경구가 있다.

“궁핍은 하류층을 때리는 채찍이고 권태는 살만한 이들을 파고드는 채찍이다.”

쇼팬하워의 얘기처럼 공직자가 경계해야할 진짜 무서운 것은 궁핍이 아닌 권태인지 모른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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