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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가장 무서운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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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가장 무서운 명령
  • 전민일보
  • 승인 2015.03.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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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전주대학교 강사

 
子曰 獲罪於天 無所禱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천명(天命)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하늘(天)의 명령(命)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하늘은 또 무엇이고, 하늘이 내린 명령(天命)은 무엇일까요?

우선, 하늘을 뜻하는 천(天)은 사람 인(人)과 클 대(大)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글자입니다. 사람 인(人)은 걸어가는 사람을 옆에서 본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고, 클 대(大)는 팔과 다리를 크게 벌리고 있는 사람을 정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그리고 천(天)은 대(大)의 윗부분에 가로줄(一)을 그은 모습입니다. 사람 가운데 가장 큰 존재가 대(大)이고, 그런 대(大)보다 높은 존재가 천(天)이라는 겁니다.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문자인 갑골문을 보면, 천(天)은 대(大)의 꼭지 부분에 가로줄을 긋거나, 아니면 텅 빈 네모를 더한 꼴로 표현됩니다. ‘사람머리 위에 있는 텅 빈 공간’또는 ‘사람 위에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하늘이 사람 머리 위에 있는 텅 빈 공간이라는 말은 흔히 땅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땅위에 있는 한없이 넓고 푸른 하늘(天空)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고대인에게 위나 아래는 단순히 위와 아래에 있는 자리나 공간만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윗사람’과 ‘아랫사람’이라는 말이 지배와 복종이라는 권력관계를 나타내는 것처럼, 위와 아래는 지배와 복종이라는 관계에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천(天)은 단순히 사람 ‘위’에 있는 푸른공간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세상사를 주관하는 하느님,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우주만물을 주관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도덕행위를 지배하고 감시하는 주재자(主宰者)가 하늘이라는 겁니다.

하늘(天)이 세상사를 주관하고 지배하는 주재자라면, 천명(天命)은 그런 하늘이 인간에게 내리는 명령입니다. 명령(命令)이 무엇입니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어떤 것을 하라거나 하지마라고 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천명은 사람 위에 있는 하늘이 사람에게 무엇을 하라거나 하지마라고 시키는 겁니다.

그런 명령을 받았을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합니다. 명령받은 대로 따르지 않을 때, 무서운 벌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명령을 받은 사람이 따르지 않는데도 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으면, 그 명령은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명령을 내린 사람이 명령을 받는 사람에게 벌을 주거나 불이익을 안길 수 있는 무서운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천명(天命)은 명령 가운데 가장 무서운 명령입니다. 하늘만큼 무서운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子曰獲罪於天無所禱也) 「논어」팔일 편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사람은 하늘의 뜻을 벗어날 수도 없고 하늘을 속일 수도 없습니다. 하늘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누구도 온전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악행이라도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죄를 저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하늘은 인간의 모든 행위를 낱낱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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